그대에게 5_김경민
어느 날 갑자기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았는데
모든 게 거추장스러웠습니다
사실 두려웠던 게 맞습니다
많던 이목구비들이 목각인형처럼
감정 없이 웃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대체 누구였고, 누구였을까요
돌이켜보건대
나는 나를 위해 산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맞춰 그들을 위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것입니다
떠나가는 타인을 붙잡지 못해 울고
떠나간 자리가 허해 탄식했습니다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거 별 거 없더라?
하지만 ‘큰’ 것이 있었습니다
뭇 시선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나의 눈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가족’,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실존하는
나의 ‘편’임을 깨닫기까지
허상인 별들과 함께
우주의 반은 헤맸던 것 같습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아니라
늦깎이에 철이 든 나는, 이제야
빈 수레에 가족을 수거해 봅니다
한가득 들꽃도 따서 안깁니다
수레의 무게(비만을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가 늘어날수록
나는 행복해질 것입니다
언덕바지에 휘청거리더라도
절대로 나를 탓하거나
원망치도 않을 그들임을 알기에.
그대의 수레엔 누가 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