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는 생각보다 무겁다.
젊은 필경사는 파피루스를 양손으로 펼쳤다.
오래된 두루마리는 조금만 서둘러도 가장자리가 부서졌다.
그래서 그는 늘 천천히 움직였다.
갈대펜을 잉크에 찍고
문장을 한 줄씩 옮겨 적는다.
누군가 오래전에 쓴 문장을
다른 두루마리 위에 다시 남긴다.
그게 그의 하루였다.
알렉산드리아의 아침은 시끄럽다.
항구에서는
배가 들어오고
짐이 내려지고
선원들이 서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도서관 안은 조용했다.
긴 복도
높은 선반
끝없이 이어지는 두루마리.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날 아침
항구 관리가 두루마리를 몇 개 들고 들어왔다.
“오늘도 있군.”
노학자가 말했다.
“어디서 온 배지?”
“로도스 상선입니다.”
관리인이 두루마리를 내려놓았다.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들어오는 배들은
종종 책을 제출해야 했다.
도서관에서는 그 책을 필사했다.
그리고 복사본을 돌려보냈다.
그래서 선원들은 농담처럼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 들어가면
책부터 세관에 맡겨야 한다.”
어떤 학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책이
결국 이 도시를 한 번은 지나간다고.
필경사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였다.
하지만 읽다 보니
문장이 조금 달랐다.
“선생님.”
그가 말했다.
“이 문장이 다른 판본과 다릅니다.”
노학자가 다른 두루마리를 가져왔다.
두 사람은 문장을 나란히 놓고 읽었다.
잠시 뒤 노학자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다.”
“왜입니까?”
“진짜 문장을 찾기 위해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는
같은 책을 여러 도시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문장을 비교했다.
어떤 문장이 더 오래된 것인지
어떤 기록이 더 정확한지.
세상의 지식이
이곳에서 서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노학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예전에 왕이 아테네에서
비극 원고를 빌린 적이 있었지.”
필경사가 고개를 들었다.
“빌린 겁니까?”
“보증금을 맡기고 가져왔다.”
“돌려줬습니까?”
노학자가 웃었다.
“사본을 돌려줬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노학자가 덧붙였다.
“왕은 원본을 원했거든.”
그날 오후였다.
필경사는 문장을 옮겨 적고 있었다.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다.
그는 잠시 펜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항구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불이 났나 보군.”
항구에서는 가끔 불이 났다.
배는 나무였고
창고에는 밧줄과 기름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필경사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뒤
계단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로마군이 항구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창문 쪽으로 모였다.
연기가 조금 더 높아졌다.
그날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 왕위 분쟁에 개입하면서
도시는 긴장 속에 있었다.
카이사르는
적의 배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항구의 선박에 불을 지르게 했다.
불은 배에서 창고로 번졌다.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노학자가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람이 이쪽이군.”
누군가 물었다.
“여기까지 오겠습니까?”
노학자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모르지.”
필경사는 선반을 바라봤다.
수많은 두루마리.
이집트에서 온 책
그리스에서 온 책
페르시아에서 온 책
수백 년 동안
누군가 기록하고
누군가 옮겨 적은 문장들.
그는 다시 두루마리를 내려다봤다.
기억은 기록으로 이어진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천천히 베껴 썼다.
밖에서는
연기가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날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항구 근처 창고와 일부 서고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이후
도시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전쟁과 정치 변화 속에서
도서관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문명이 사라지는 방식은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아직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
[여백의 기록]
문명을 무너뜨리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시작은 훨씬 조용하다.
창밖에 연기가 보이던 오후.
누군가 말한다.
“여기까지 오지는 않겠지.”
그 말이
이미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
#시그널 #알렉산드리아 #알렉산드리아도서관 #문명의신호 #지식의역사 #기억과기록 #문명사 #역사의장면 #브런치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