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케코바 섬(Kekova island) 1일 투어
"그러니까 여기 바다에 고대 도시가 가라앉은거야?"
"그렇다는 것 같아, 옛날에 큰 지진 때문에 가라앉은 도시가 있다고 해"
"그럼 물 밑에는 보물 같은것도 있을까?"
"글쎄?"
"저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섬에 들어가서 뒤져보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잖아 어떤 고대의 부자가 보물 같은 것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놨다거나"
우리는 케코바 투어를 하면서 고대 도시가 가라앉은 흔적을 보면서 흥미진진하지 않은 보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어?? 저 섬 중간에 염소인지 양인지 모를 동물이 있었어! 저쪽이야 저쪽이라고!"
아쉽지만, 동물은 나 밖에 보지 못했고 정말이지 멀리서 움직이는 모양만 볼 수 있었어서 양인지, 염소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다. 그래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도 들짐승 한 마리 정도는 살고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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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쉬에서의 물놀이를 즐긴 다음 날 스스로 들어가는 물속에서의 수영을 조금 체득했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진 채로 케코바 투어에 참여했다. 어제 점심에 '오균' 이라는 사람에게 각각 100TL씩 깎아서 예약한 장소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오자 '오균'은 반갑게 아침인사를 하자마자 따라오라며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배로 안내해주었다.
예약한 장소에서 어디까지 가는거지? 싶은 기분이 들때쯤 선착장의 반대편 선착장으로 가서 우리에게 잔금을 요청했고, 잔금을 치르고서야 배에 승선할 수 있었다. 배는 생각보다 꽤 큰 편이었고 선수(배의 머리)쪽으로 승선하여 반지하 같은 1층과 그 위로 2층이라고 부를 만한 천막으로 가린 천장이 있는 썬베드 층이 있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썬베드 자리를 '오균'으로부터 예약받아서 예약해줬던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우리는 썬베드를 배정받고 10시에 출발하기를 고대하였으나, 배에 탑승하는 인원을 거의 가득 채우려는 것인지 현장에서 배를 예약하지 않고도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입장하느라 출발 시간이 늦어졌다. 그림자가 없는 썬베드(나는 후라이팬이라고 불렀는데)에 제대로 앉을 수도 없이 자리를 바꿔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냥 일단 출발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케코바 투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배의 가운데 혹은 앞이나 뒷자리가 그림자가 잘 지므로 관광에 제일 적당한 것 같다. 어떤 자리나 배가 움직이고 시간이 흐르다보면 해와 그림자의 위치도 뒤바뀌게 마련인데 전반적으로 사이드쪽은 뜨거운 태양을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같은 가격이라면 가운데 정도에 위치한 썬베드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케코바 투어를 신청하면 대략적으로 5개의 섬투어와 점심식사를 제공하는데 우리의 경우 5개의 섬투어와 점심으로 치킨꼬치 or 생선구이를 선택할 수 있었다. 5개의 섬투어는 지금은 이름을 다 기억할 수도 없지만 카쉬의 선착장을 떠나와서 제일 먼저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섬 1곳 그리고 다음 포인트 섬 1곳 그리고 이동하며 점심을 먹고 케코바 섬으로 이동하여 카페와 잡화점 숙소들이 있는 케코바 섬에 방문을 한 후 한 시간 정도를 쉬었다가 3군데의 수영 포인트로 이동해서 시간을 갖는다. 특히 케코바 섬에서 이동하는 바로 다음 포인트가 지진으로 인해 가라앉은 고대 도시의 흔적에 대하여 보여주고 설명해주는데,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케코바 투어를 갈 때 필수 장비로는 개인 물놀이 장비와 계속적으로 바를 수 있는 썬크림이 중요하고 또 배 안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음료나 간단한 과자같은 스낵 거리를 따로 챙겨와도 무방하다. 우리는 음료부터 과자에 맥주까지 가방에 따로 챙겨와서 열심히 먹었다.
한 배에는 대략 30명 내외로 이루어져 있는 관광객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현지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현지 사람들은 수영에 다들 일가견이 있어서 아이템을 장착하지 않고도 물에 다이빙을 하거나 그냥 물 속으로 마치 육지로 오랫동안 나와있었던 인어들처럼 물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자유롭게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수영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수영 초보자이므로 다양한 장비를 착용하고 생애 처음으로 구명조끼나 부력을 지원해주는 도구 없이 물에 들어가서 스노클을 착용하거나 오리발로만 둥둥 떠서 수영을 하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무서움이 있었으나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굉장히 짠 편으로 부력이 좋아서 겁만 먹지 않고 한다면 재미있게 수영할 수 있는 수준의 바다였다. 물론 수심은 굉장히 깊은 곳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고 평균 수심 20m~30m정도는 되는 곳에 떠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무서우면 구명조끼나 팔튜브를 꼭 챙기는게 좋겠다. 나는 그냥 둥둥 떠다니고 나의 연인은 팔튜브를 끼고 머리를 물에 담그지도 않으면서 나보다 빠르게 체력소모 없이 헤엄을 쳤다.
우리는 포인트마다 들어가서 수영을 했고 지난 번 해변에서 수영한 것과 마찬가지로 쉬가 마려울 때마다 바다로 쏙 들어갔다. - 지중해에 나의 흔적을.... - 정말 재밌었던 포인트 중 하나는 저 많은 사람 중 아시아인은 우리밖에 없었고, 현지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서양 사람들이 배의 머리나 배의 사이드, 배의 높은 부분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행위를 굉장히 즐겼는데 나중에 섬 옆에 정박했을 때에는 섬에 꾸역꾸역 올라가서 한 20m 이상 높은 절벽을 암벽등반 하듯 타고 올라가서 점프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에서 나는 '남자가 일찍 죽는 이유'라고 조용하게 속삭였는데, 살짝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다.
케코바 투어의 점심 이후의 투어에서 고대 도시의 흔적을 보여주고 영어로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는데, 저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섬이 옛날에는 카쉬나 근처에 있는 사람이 살던 동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지진으로 인해 가라앉아 버려 이젠 그 흔적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그 흔적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시간의 흐름과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들이 든다.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 2nd century 그러니까 대략 2세기쯤 지진이 나서 사라진 도시라고 하는데, 그런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밤에 보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한데, 낮에 보는 이런 흔적들은 국내나 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느낌과 달라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