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견문만 넓혀와서는,,, 몰타#2
오래 쉬면 안 된다는 강박에 몰타 어학연수를 한 달만 계획하고 왔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왜 몰타에 와서도 쉬지 못할까?
나는 한국인답지 않게 출석률이 무려 89%나 되었다. 참고로, 내 한국인 플랫메이트들은 각각 23%와 39% 정도였다. 오전 수업 후 약속이 없으면 혼자서도 수영을 하러 나갔다. 수영하고 태닝 하면서 책 읽는 것을 좋아했기에 몰타는 나에게 최적의 휴양지였다. 낮에는 해변에 가고, 저녁에는 피자를 먹고, 밤에는 칵테일을 마시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여러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졌다.
피곤하지 않았나 돌이켜보면, 사실 가끔은 운동하러 나가기가 너무 귀찮았고 저녁약속을 포기한 채 유튜브나 보며 방에 처박혀있고 싶었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해!', '한 달밖에 없어, 돈 내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마!'라는 생각에 초기에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갔다.
그 당시 ‘자기 착취’라는 개념이 내 관심사 중 하나였다. 우리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결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하며, 은퇴 후에는 손주를 보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또는 남들에게 잘 산다 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또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믿으며 이 과정에서 벗어나면 실패한 삶이라 생각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사회적 기대 속에서 자라온 나는 자연스레 갓생 살기 루틴에 익숙해졌고, 몰타로 휴가를 와서도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방식이 나에게는 찰떡인걸,,, 하루하루 의미 있게 보내며 성취감을 느끼고, 다양한 목표를 계획하고 달성할 때 오는 짜릿한 만족감을 즐긴다.
십 년 넘게 이런 삶을 살아온 나에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일을 멈추고 욕심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자기 착취'가 될 수도 있다. 만약 그 방식을 바꾼다 해도, 나는 이러한 루틴 속에서 만족감을 느껴왔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내 만족감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더 이상 모든 것을 이루려 애쓰지 않고, 생각은 간결하게 하되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장 오늘, 내일, 가까운 미래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