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리모컨, 볼펜 등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늘 두는 자리에 두는 사람도 있지만, 사용할 때마다 그냥 편한 곳에 두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전형적인 후자에 해당한다.
똑 닮은 언니랑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손과 머리가 따로 놀아. 손이 하는 일을 머리가 기억하지 못해”
맞벌이 부부에게 제일 힘든 과제는 아이들 돌봄 문제다. 줄곧 맞벌이 부부였던 나는 어쩌다 직장일로 제때 퇴근하지 못해 아이들을 데려오는 문제로 힘든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런 내 성격 때문에 힘이 들었다.
여느 날처럼 허둥지둥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도착해보니 열쇠가 없다.
“이런···”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아이들이 힘들어서 어쩌나!’가 아니라 ‘아! 또 남편의 잔소리를 어떻게 듣지!’ 이다. 놀이터에 가서 아이들은 놀게 하고 남편에게 전화 한다. 순간 화산 터지듯 남편의 잔소리가 쏟아진다.
날씨 좋은 어느 가을날, 기분 좋게 야외 웨딩촬영을 나갔을 때다. 마지막 촬영지로 이동하려는데 자동차 키가 없다. 처음 차를 살 때 받은 세 개 중, 두 개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키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 개 남았을 때 복사해 놓을 걸··· 나란 인간은 왜 이 모양이고···’
후회와 자책이 어마 무시하게 밀려든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다. 형부에게 부탁해 출동 카센터를 불러 임시열쇠를 만든다. 그러면 형부의 잔소리도 덤으로 따라온다. 한 다리 건넜기에 남편 잔소리에 비하면 꽃놀이패다.
이런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 방법은 열쇠에 커다란 인형을 다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이런 데서 나온 것 같다. 일단은 최대한 예쁜 인형을 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형이 예뻐서 단 것처럼 보인다. 이러고부터 열쇠를 잃어버린 적은 없다.
지금은 스마트 키가 나와서 커다란 인형이 더는 필요치 않다. 스마트키의 발명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혁명이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잠겨있는 자물쇠 한두 개쯤 갖고 산다. 하지만 자물쇠가 아무리 강하고 크더라도 열쇠가 있다면 열 수 있다.
우리의 성격도 이처럼 방법만 안다면 해결할 수 있다. 지금부터 각자의 자물쇠 모양을 살펴보자. 그리고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한 번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