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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함의 효용에 대하여

나를 보며 당신을 본다

이곳에 글을 올리고는 있지만 사실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어렸을 땐 일기를 쓰는 데 꽤 정성을 기울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엔 자전적 이야기가 섞여있는 짧은 소설을 혼신을 기울여 완성했었는데 누가 볼까 봐 소각을 시킨 적도 있었다.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나만 아는 이야기가 존재했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는 그저 나한테 하는 수밖에.

굉장히 슬프거나 비참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무의식 쓰기가 좋은 건 그런 속내를 털어놓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거다. 나에게도 검열받지 않은 글은 그래도 가장 나와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물론 보여지는 모습 중 의도하지 않은 모습의 비중이 더 크다. 이미지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받는 오해 중 하나는 보이는 모습이 연출된 게 아니냐는 거다. 나를 잘 모르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신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라고. 이건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종중 SNS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들이 나 없이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다. 너무 당연한 일임에도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는 보여지는 친밀함의 농도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저렇게 반응하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속이 쓰린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인싸로 잘못 알려진) 나조차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참 그런 오해를 많이 불러일으켰겠구나 싶다. 아무튼 이런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제는 찌질함도 인간다움을 형성하는 데 꽤 필요한 자질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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