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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원 Jan 02. 2021

전통사찰 선암사의 소유권은?

판례로 하는 이야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5다222920 판결

원고 사찰이 피고 지방자치단체에게 야생차체험관의 철거와 그 대지인도를 구하는 사건



[그냥 적어보는 글]


조계산은 두 번 다녀왔다. 조계산 양쪽에 있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돌아보는 즐거움과 꿀맛같은 보리밥이 보너스로 주어지고,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의 신비로움에 발걸음을 떼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https://blog.naver.com/parmi/221390312255

이 사건은 전통사찰 선암사를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 두 종단사이에 오랜동안 벌어진 다툼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소유권에 관한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뭐라고 적을 수는 없고 판결문의 내용에 대해서만 적어본다.


이 사건은 원고 조계종 선암사가 피고 순천시를 상대로 야생차 체험관의 철거를 청구한 것으로, 허가 없이 건물을 건축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피고 순천시는 선암사의 재산관리인이었으므로 야생차체험관을 건축하고 소유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이에 대하여 제1심과 원심은 원고인 조계종 선암사의 손을 들어 주었으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인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독립한 실체를 가진 사찰로서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고인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 즉 당사자능력이 있는지에 관하여 원심의 심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의 이유에 따르면 전통사찰인 선암사가 원고인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아닌 한국불교태고종 소속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에, 전래의 사찰인 선암사가 자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대한불교조계종에 속하기로 합의하였는지, 원고가 선암사에서 독자적인 신도를 갖추고 종교활동을 하였는지 여부를 상세히 심리하여 당사자능력을 판단하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다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으로 미뤄보면 대법원의 생각은 전통사찰 선암사의 소유권이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에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전통사찰 선암사에 대한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주체가 한국불교 태고종 선암사에 있다는 점과 사찰등록과 관련하여 의사결정과 등록신청 등에 있어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대법원] 원심 판결 파기, 환송


1. 사찰이란?


사찰 : 불교교의를 선포하고 불교의식을 행하기 위한 시설을 갖춘 승려, 신도의 조직인 단체


가.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01. 1. 30. 선고 99다42179 판결 등 참조)


* 물적 요소 : 불당 등의 사찰재산

* 인적 요소 : 주지를 비롯한 승려와 상당수의 신도가 존재

* 단체로서의 규약

* 사회적 활동 : 사찰이 그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사회적 활동을 할 것



2. 사찰의 종단소속관계 : 사찰과 특정 종단 사이의 합의,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 사찰과 특정 종단 사이의 합의 전제


법인격 없는 사단이나 재단으로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독립한 사찰은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도 있지만 종 교적 이념이나 교리 또는 종교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과 단체로 구성된 상위 종단에 소속되어 존속하기도 하는데, 사찰의 종단소속관계는 사법상 계약의 영역으로서 사찰이 특정 종단에 소속하려면 이에 관한 사찰과 특정 종단 사이의 합의가 전제되어 야 함(대법원 1982. 2. 23. 선고 81누42 판결)


*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사찰이 특정 종단과 종단소속에 관한 합의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종단의 소속 사찰이 되어 종단의 종헌이나 종법을 사찰의 자치법규로 삼아 따라야 하고 사찰의 주지임면권도 종단에 귀속되는 등 사찰 자체의 지위나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 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다카2902 판결,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31468 판결 등 참조).


* 사찰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방법


사찰의 법적 성격이 법인격 없는 사단인지 아니면 법인격 없는 재단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사찰 자체의 규약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야 할 것이다.



3. 사찰이 종단에 속하기 위한 형식적인 요건


* 사찰 등록신청 + 관할관청의 요건흠결 심사 + 등록


어느 종단에 소속하는지 불분명한 사찰이 구 불교재산관리법(1987. 11. 28. 법률 제3974호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하여 폐지)에 따라 특정 종단의 소속임을 밝히면서 사찰 등록신청을 하였고 관할관청의 요건흠결 심사를 거쳐 등록이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 종단의 소속 사찰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77. 4. 12. 선고 76다1123 판결,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434 판결, 대법원 1992. 2. 25. 선고 88누4058 판결 등 참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등록신청을 하는 사찰이 관할관청에 소속 종단에 관한 사항을 제출하는 것은 해당 사찰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자신이 속하기로 한 특정 종단과 종단소속관계의 합의를 하였음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 사찰이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사찰이 권리의무의 주체로 되는 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이 반드시 그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고(대법원 1992. 6. 12. 선고 92다 12018, 12025 판결 참조),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 자체로 인하여 사찰의 민사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변동을 가져오거나 사찰의 실체를 좌우하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41508 판결,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 다36050 판결 등 참조).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소속되었다는 내용으로 관할관청에 등록되었더라도 사찰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거쳐 등록 내용대로 종단과 종단소속관계 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사정이 다수 밝혀진 경우에는 사찰의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한 종단소속관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등록 내용만으로 그 사찰의 종단소속관계를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5. 사안의 전개과정


전래의 사찰인 선암사에 관하여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구 불교재산관 리법에 따른 관할관청 등록이 되었지만, 그러한 등록이 선암사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볼만한 다수의 사정이 존재하고 오히려 선암사가 자율적으로 소속 하기로 결정한 종단이 한국불교태고종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가. 전래의 사찰인 선암사는 일제강점기에 성문화된 사찰 자체의 규약을 최초로 제정하고 이에 따라 주지를 임명하여 사찰을 관리, 운영하였고, 대처(帶妻)측 승려들이 선암사의 주류를 이루었다.


나. 소외 1은 대처측 승려로 적어도 1950년대부터 선암사 주지를 맡아왔다. 한편 비구(比丘)측 승려들이 주축이 되어 통합종단으로 창단된 대한불교조계종은 1962. 12. 4. 당시 선암사 주지로 있던 소외 1을 주지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소외 1이 대한불교조계종과 사이에 선암사를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대한불교조계종이 그러한 합의를 전제로 소외 1을 주지로 임명하였다고 볼 사정은 찾 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소외 1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주지 임명을 받았는데도 관할관청에 선암사를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로 등록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 선암사에 대한 사찰등록은 1965. 11. 8.경에 비로소 이루어졌다. 당시 대한불교조계종이 선암사의 주지로 임명한 사람은 비구측 승려인 소외 2이었고, 선암사에 대한 사찰등록은 소외 2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소외 2가 선암사에 관한 사찰등록을 할 수 있는 정당한 대표자인지 여부는 이전에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되기로 합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즉, 소외 1이 대표자로 있던 선암사가 자율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되기로 합의하였다면 대한불교조계종이 자신의 종헌이나 종법에 따라 소외 2를 선암사의 후임주지로 임명한 것이 정당 할 수 있다. 그러나 선암사가 이와 달리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대한불교조계종은 선암사의 주지를 임명할 권한이 없으므로 소외 2는 선암사의 정당한 주지가 될 수 없다.


라. 대처측 승려들이 주축이 된 한국불교태고종이 1970. 1. 15. 창단되자 선암사는 1970. 10. 13. 피고보조참가인 명의로 위 종단 소속의 사찰로 등록되었다. 이후 선암사 는 1971. 12. 8. 순천시 (주소 1 생략) 종교용지 26,731㎡(1915. 5. 25. ‘선암사’ 명의로 사정받은 선암사의 사찰 부지이다)에 관하여 ‘선암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가 1971. 12. 15. 피고보조참가인 명의로 경정등기를 마쳤고, 1972. 8. 19. 순천시 (주소 2 생략) 임야 8,466,645㎡(1918. 2. 23. ‘선암사’ 명의로 사정받은 이 사건 토지이다) 에 관하여 ‘선암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원고가 1972. 9. 29.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인 사찰로 등록된 사정을 내세워 위 토지들의 소유권보존등기에 관하여 그 명의를 원고로 하는 경정등기와 변경등기를 마쳤으나, 선암사의 사찰 부지 등에 관한 위와 같은 토지 사정 및 소유권보존등기의 경료 경위 등에다가 현재까지 불교 의식을 행하는 등 선암사에서 실질적인 종교 활동을 하는 주체가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승려들인 점에 주목하면 선암사는 통합종단으로 창단된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되는 것 을 거부하다가 이후 한국불교태고종이 창단되자 이에 소속되기로 하는 의사결정을 거쳐 한국불교태고종에 등록하였을 여지가 있다.


마. 원심은 원고가 대한불교조계종의 종헌, 종법에 따라 포교, 법회 등의 종교활동을 하고 있고 1962년경부터 현재까지 대한불교조계종이 임명한 주지를 비롯하여 원고에 소속된 승려들과 신도들이 있어 왔다는 사정 등을 들어 독립된 사찰로서 원고의 실체 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은 선암사를 둘러싼 분쟁의 경위, 그동안 선암사의 현실적인 운영 주체와 모습이 어떠했는지 등에 관한 고려가 부족한 것으 로 보여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즉 순천시장(구 승주군수)이 1970. 3. 28. 구 불교재산관리법 부칙 제3조 제1항에 따른 재산관리인으로 임명되어 2011. 2월 무렵 해임될 때까지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 사이에 선암사의 종단소속관계 등을 둘러싼 분규는 계속되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한국불교태고종은 지속적으로 선암사의 주지를 임명하여 왔고,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승려들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선 암사 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채 현실적으로 선암사를 관리, 운영하면서 한국불교태고종의 불교의식을 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에 관하여


사정이 위와 같다면, 선암사는 한국불교태고종과 종단소속관계를 형성한 피고 보조참가인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서 존재할 뿐이고 이와 다른 별개의 사찰이라고 하는 원고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는 사찰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을 여지가 있다 (대법원 1992. 2. 25. 선고 88누4058 판결, 대법원 1995. 9. 26. 선고 93다33951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사찰로서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당사자능력의 문제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속하는 것으로 당사자능력 판단의 전제가 되는 사실에 관하여는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될 필요 없이 직권으로 조 사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257, 82다카590 판결,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다5395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전래의 사찰인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 결정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과 종단소속의 합의를 하였는지, 선암사가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으로 등록된 것이 정당하게 임명된 대표자(주지)에 의한 것인지, 대한 불교조계종이 지속적으로 임명한 원고의 주지들이 선암사의 인적, 물적 조직을 관리, 운영하면서 선암사의 대표로서 임무를 수행하였는지, 원고 소속 승려들이 선암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하여 왔는지, 원고가 독자적인 신도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심리하여 원고가 독립된 사찰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모든 요소를 구비하여 당사자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구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관할관청에 등록되고 이 사건 토지 등에 관하여 앞서 본 경위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는 사정 등을 주된 근거 로 그 밖의 다른 여러 사정들을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가 독립된 사 찰로서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찰의 당사자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 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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