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 65/100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
마미손 - 「소년점프」
김치찌개나 된장국처럼 모두가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한다. 취향을 타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상상할 수 있어 군침 돌게 하는 그런 맛. 영화 또한 가끔은 김치찌개같이 고전적이고 정석적으로 클리셰를 따르는 작품들이 필요하다.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영웅, 권선징악을 일깨워주는 엔딩, 그러면서도 임팩트 있는 악역이 주는 긴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 문제는 김치찌개가 너무 흔한 음식이라는 데서 온다. 어디선가 먹어본 맛. 집에서도 낼 수 있을 것 같은 맛. 그리고 틀을 너무 크게 벗어나버리면 아주 다른 음식이 되어버린다는 점.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정말 잘 만들어진 김치찌개가 아니라면, '우리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강력한 벽에 가로막혀, 그걸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되는 경우가 왕왕 일어나고는 한다. 그렇기에 비슷한 맥락에서 아주 왕도에 충실하면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또한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나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런 왕도적인 전개를 잘 따라가면서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가끔씩 던져지는 마동석 식의 농담과 절대로 패배할 것 같지 않은 마석도의 강인함은 수많은 액션과 고어한 장면들이 있음에도 심각한 분위기의 누아르보다는 가볍고 통쾌한 감정을 전달해 주어, 마음을 비우고 그저 스크린 속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액션도 주목할만하다. 지루해질 틈이 없이 벌어지는 격투 액션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마석도의 시원시원한 펀치가 둔탁한 피격음과 함께 안타고니스트에 매다 꽂힐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니 말이다.
안타고니스트들은 철저한 냉혈한이자 악당으로 그려진다. 팔뚝만 한 마체테를 휘두르며 정제되지 않은 분노를 그대로 노출하고,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나 거리낌이 전혀 없는 것도 모자라 비상식적인 돌발 행동들을 보여주는 강해상의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악의 결정체와도 같이 보일 정도다. 그러한 일변도의 악한 모습은 그들에게 조금의 연민을 던져줄 수 있도록 하는 일말의 동정심을 가질 여지조차 증발시켜버리고, 그들을 향한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강해상이 버스에서 마석도에게 피떡이 되도록 쥐어터지는 모습을 보며 참을 수 없는 통쾌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매력적인 악당이 있어야 주인공도 빛나는 법이다. 마석도가 하루 종일 장이수나 패는 것보다는 강해상과 박 터지게 싸우는 모습이 더 재밌지 않겠는가.
문화콘텐츠는 언제나 시대상을 반영하며, 시대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마련이다. 요즘 들어 사적 제제에 대한 왈가왈부가 오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사람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며, 최근 들어 우리 주위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더 강력한 처벌을 원하며, 권선징악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싶어 한다.
범죄도시는 그런 대중들의 가려운 부분을 때마침 잘 긁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석도는 경찰, 공권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면서도, 일반 대중들이 원하는 강력한 처벌을 통쾌하게 실현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크린 속 환상으로 사람들이 마취되는 것은 일순간일 뿐이다. 사람들이 마석도를 스크린 밖으로 꺼내오려 하기 전에, 법 집행에 있어서 대중들을 납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중들에게 공정하게 법이 집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관람일자
2022/06/29 - 메가박스 검단 컴포트1관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