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들은 날개가 한 개뿐일 수도 있다

시장과 과일가게가 만나는 골목에서 땅에 떨어진 날개를 보았다. 날개는 한 개뿐이었다. 곁눈질로만 보고 빠르게 지나쳤지만 아마 차가 밀고 지나간 비둘기의 잔해였을 것이다. 척추부터 머리끝까지 전기처럼 빠르게 흐르는 소름. 끔찍한 광경임에도 한편으론 몸뚱이 없이 날개만 남아 있는 장면은 비극적이고 어딘가 시적이기까지 했다. 날개가 지닌 상징에 대해 생각한다. 비상하다가 추락하는 것, 어깨로부터 한 개의 날개만 뻗고 있는 부서진 니케의 동상,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 이카루스의 비행. 한순간의 둔탁함과 함께 끊겨버린 역동성. 포물선을 그리며 귓가에 스치는 바람 소리, 그러다 한순간 고요해지는 궤적 같은 것들.

추락하는 것들의 목록

1. 암벽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돌멩이

2.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었을 때의 납덩이같은 마음

3.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이카루스

4. 나는 법을 잊은 비행기

5. 스캔들 직후 정치인의 권위

6. 터뜨린 피냐타에서 튀어나온 작은 사탕들

7. 비구름에서 떨어지는 소나기 방울

8. 여름밤 해변에서 쏘아 올린 폭죽

9. 불황 중의 경제 지표

10. 우주에서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