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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야전사령관의 정위치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243일 차 2024년 11월 21일


전장, 야전사령관의 정위치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이곳 벨뷰

동네가 여전히 정전상황이다.

초겨울 꽤 쌀쌀한 날씨인데

여러모로 불편하다.

불현듯 항공사 마일리지가 기억났다.

누적 포인트가 20만 이상이다.

여기서 2시간 남짓인 라스베이거스가 떠올랐다.

쓸데도 없는 마일리지인데, 따뜻한 라스베이거스로 갈까?

잠깐 스친 생각이다.

20초 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수가 전쟁터를 떠날 수는 없다.


불이 나가도 일은 해야 한다.

40분을 걸어 스타벅스로 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전이다.

우버 택시를 불러 10분 거리의

번화가로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친김에 20분 걸려 더 큰 도시로 갔다.

눈에 띄는 대로 커피숍을 찾아들었다.

이미 같은 처지의 사람들로 포화상태다.

어느 흑인여성의 배려로 자리 하나를 겨우 차지했다.


저녁 무렵 귀가하려다가 냉골에서

뭘 먹느니 밖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식당에 앉아 2인분을 시켜 먹었다.

다시 우버를 타고 집에 와서 한국

업무를 했다.

시차가 17시간이다.

한국시간에 맞춰 낮밤을 바꿔가며

나스닥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옷을 껴입고 잠자리에 누우니 그때 그 시절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옛날에 이런 날이 참 많았지.

전기는 본래 있는 게 아니었지.

내 또래의 상당수는 부모세대의 고생과 희생을 땅에 묻었다.

다음세대에 전수해야 할 선대의 정신유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 이들이 너무도 많다.

불평불만은 나를 고갈시킨다.

성실과 의욕은 내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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