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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웅진 Aug 18. 2024

그래, 아빠는 영원한 꼰대다.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43일 차 2024년 8월 17일


그래, 아빠는 영원한 꼰대다


주말 카페 커플닷넷에서 내내 업무 관련 사색을 했다.

오후 5시쯤 미숫가루로 저녁을 대신하려는데,

유독 허기진다.

닭다리 튀김, 카페에 있는 샴페인으로

메뉴를 바꿨다.

아내가 치킨과 함께 팥빙수까지 사 왔다.

앞 식탁에 처린 조촐한 만찬에 둘째가

슬며시 합석한다.


방학이어서 집에 와 있는 미국유학생이다.

아빠와 같이 먹는 자리를 피하는 아이인데 웬일일까.

제 필요한 것은 다 아빠 카드로 구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에 딸까지 앞에 있으니 화기애애하다.


침묵하며 먹고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미국에서 겪은 몇몇 루저들을 예로 들었다.

지금 너는 부모 품 안의 캥거루이지만,

네 인생을 잘 살려면...

아이가 슬슬 볼멘 표정을 짓는다.


다음 단계는, 아니나 달라 자기 방으로

들어가겠다며 일어선다.

아내도 슬그머니 일어난다.

언제나처럼 나는 혼자가 된다.

샴페인 두 잔에 닭고기로 나 만의

디너를 즐겼다.


MZ세대여서?

내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내게 이런저런 훈육을 했다.

반항은 언감생심, 그저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떠났다지만

내 기억의 창고에는 밥상머리 교육을

비롯한 그때 그 상황과 장면이 남아 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엄마가 자녀를 독점하는 시대다.


자식과 엄마가 하자는 대로 나를 감초

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너희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아빠의 잔소리를 싫어해도 좋다.

엄마와 손잡고 아빠를 왕따 시켜도 좋다.

아빠에게는 할아버지의 유전자가 있다.

가족의 삶과 미래를 위한 불변의 유산이다.

너희가 살면서 겪을 시행착오와 실수와

오류를 예방해 주어야 가장이다.

이게 한국의 아빠다.


계절은 언제나 변한다.

올여름 무더위도 곧 가을이 오면 잊힌다.

혈통에 각인된 DNA는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드러난다.

훗날, 불현듯 소환되어 위기를 극복하고 기쁨을 공유하고 슬픔을 위무할 그 무엇이 너희 핏속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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