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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유튜브 배경화면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354일 차 2025년 3월 17일


가장 비싼 유튜브 배경화면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를 증명하는 삶이 있다.

내 친구 이김천 화백이다.

오랜 세월 옆에서 지켜본 그는 동시대 최고의 파인아티스트다.

전공인 미술은 물론 음악에다가 동서고금을 종횡하는 지식까지, 무한하다.

이러한 인문학 소양을 쏟아부은 그의 화면이 깊고 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래전 어느 사업가가 이김천의 은행나무 대작(410 ×200㎝) 값으로 수억 원을 불렀다.

우리나라에도 뿌리내린 메세나, 기업가가 예술가를 돕는 것은 고래의 전통이다.

그런데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뒤틀렸는지 이김천은 그림에 개칠을

해버렸다.

그 노작, 걸작이 너무도 아까워 적지 않은

보관하고 있다

돈을 들여 표구를 한 다음 내 유튜브 촬영 배경으로 삼기로 했다.

이김천이 다시 붓을 들었다.

스스로 훼손한 작품 위에 새로운 유화를

그리고 있다.

오랫동안 나의 ‘백’이 될 이 큰 그림이다

10억 원짜리 명화다.

내가 책정한 가격이다.

나보다 비싼 유튜브 배경작품을

소유한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영상 그래픽이 아닌 실물이다.


이런 기분 좋은 일만 있을 리 없다.

오늘 직원 1인의 업무를 종료했다.

원래는 한 달 만에 중단시키려다가 3개월 동안이나 기다렸다.

계속 기회를 주었지만 개선의 여지도, 개전의 정도 없었다.

통보를 받자마자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 둔 듯 장문의 악담을 공용 메신저에 올리고 퇴장했다.

나와 팀장, 회사를 헐뜯는 내용이다.

아,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허탈하면서도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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