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어떤 길이 최적의 길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하지 않는 시간이 늘어나면 경력이 단절될까 스스로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사실 어느 회사건 들어가서 일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그나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길,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한 마음은 H의 앞에선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의 멘탈은 쿠크다스처럼 쉽게 박살 나더라도, 적어도 포장지는 뜯지 않아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고 싶다. 그래야 쿠크다스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안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티가 났다보다. 내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조금은 눈치챘는지, H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위로했다.
"내가 먹여 살리면 되지~~~"
H의 지나가는듯한 이 한 마디에 내 온 마음이 녹아내려버렸다. 많은 30대의 남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짓눌리는 무게감에 약간은 사회생활이 차가워지거나 냉정해지기도 한다. H의 저 말은, 흔히들 느끼는 그러한 책임감의 짐을 약간은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얻어먹고만 사는 것은 남자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 한 마디면 이상한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용기를 얻기에 충분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H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도 가능하고, 어쩌면 경제적으로도 보호해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인 사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정서적으로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세상엔 정제되지 않은, 거칠고 날카로운 말과 행동이 난무한다.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갖더라도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누군가에게 상처받기 마련이다. 정서적으로 지킨다는 것은, 첫째로는 적어도 내가 상처주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상대가 아무리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 같아 보여도,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곳에 연고를 발라주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심하게 바라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아껴준다는 행위 자체로 인해 그 사람의 마음이 녹아내리게 된다.
그리고, 세심하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효과가 좋은 것처럼, 꽃을 선물하는 것 또한 마음의 치유에 굉장히 효과적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샀던 꽃을 H에게 건넸다. H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부리는 애교가 좋다.
"오빠는 나에게 정서적인 밥이야~~! 먹어버릴 거야 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