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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1. 2024

나는 왜 대학원에 왔는가? (1)

박사학위가 필요했다.

(22년 4월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나는 "박사 학위"가 필요했다. 나는 박사 학위를 통해서 연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 그 일은 과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물론 박사 학위 없이도 과학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명문대를 졸업해도 사회나 미디어에서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대해줄 것이다. 사람들이 페퍼톤스나 이적을 굉장히 연예계 브레인이라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 뿐이다. 전반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성실하다는 사람으로 인식될 뿐이다. 좋은 학교의 학사 졸업장은 전반적인 사람에 대한 성실성과 호감에는 영향을 주지만 전문성까지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학사가 하는 말의 무게와 박사가 하는 말의 무게를 비교하면 확실히 박사의 말이 더 신빙성 있다. 박사의 말에 여러 근거가 있어서 믿음직한 게 아니라. 같은 말을 하더라도 학사보다 박사가 더 믿음직해보인다. 단백질을 매일 몸무게/1000만큼 섭취해야 합니다. 라고 똑같이 말했을 때 학사가 하는 말은 오..? 그런가보다. 이지만 박사가 하는 말은 오..! 그렇구나! 로 받아들여진다.


며칠 전에 정재승 교수님이 출연한 집사부일체를 우연히 시청했다. 물론 정교수님 말씀 잘 하신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뇌과학은 나도 할 줄 안다. 내가 교과서 읽고 책 읽고 최신 과학 뉴스 읽고 컨텐츠를 만들어서 강연을 계속하다보면 정교수님처럼 그 컨텐츠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교수님은 교수님이고. 나는 학사 졸업생이다. 아무래도 같은 컨텐츠라면 교수님을 데려가지. 대학생을 데려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박사라는 타이틀에 전문성을 기대하고. 실제로 박사들은 전문성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얘기하는 과학적 토론은 박사급의 엄청난 전문성을 요하지는 않는다. 또한 일반인들은 암을 전공한 박사에게 의학이나 생물학 전반에 대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 암 박사는 일반인들에 비해 조금 더 알긴 하겠지만 정형외과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박사니까 외과도 잘 알겠지라는 과대평가를 한다. 실제로 박사도 자기 분야 아니면 그렇게 전문가는 아니다. 잘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박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내가 박사니까 전문적이고 믿을 만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 말이 학부나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이더라도 사람들은 오오! 역시 박사! 라고 생각할 것이다.


말의 무게를 얻기 위해서는 박사 학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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