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비틀비틀>

내가 사랑하는 가수 김수영 (3)

by honggsungg labnote

나에게 김수영은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아티스트 중 하나로 남을 줄 알았다. 내가 무슨 노래로 그녀를 처음 좋아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김수영은 그리 특별하지 않게 다가왔다. 김수영을 처음 알게 된 노래가 '모르겠다'였나. '비워내려고 합니다'였나. 'Englishman in New York' 커버로 처음 알았나. 확실한 건 꿈(Still I love you)은 아니었다. 내가 꿈 신곡이 발매되는 날에 찾아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알지도 못하는 가수의 신곡을 찾아서 듣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위위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편의점 스피커로 나오는 홍보 음악을 통해서 꽂혀버렸다. 그 때 나오던 노래는 멀어지지 않게. 한로로는 잔혹한 천사의 태제 커버 무대를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중학교 졸업 영상을 만들던 친구의 추천으로 접한 졸업이라는 노래가 그 시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대부분 그 시작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김수영은 이상하게 그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덕분이 아니었을까 정도로 추측할 뿐이다.


언제부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아 저 인디밴드 좋아해요. 하하.. 김수영 이라는 가수 좋아합니다. 예전에 싱어게인에 나와서 백만송이장미 불러서 혹시 아실 수도 있어요. 백예린이나 루씨 같은 가수들도 좋아해요." 이런 식으로 답하고는 한다. 그런데 기억을 되돌아보니까 이렇게 말하고 다닌지 꽤 오래됐다. 프로미스나인이라는 아이돌 덕질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이야기할 때, 그녀를 첫 순서로 말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21년 봄에 1일 1커버를 했던 Cover by 김수영 을 매일 찾아서 들으면서도 내가 김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랐다. 홍성 선정 23년 올해의 앨범으로 김수영의 Round and Round 를 선정하고도 내가 김수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체감하지 못 했다. 최근에 '더 나은 사람'을 반복 재생하며 카페에서 눈물을 쏟을 때에도 내가 김수영의 팬인지 잘 몰랐다. 나에게 김수영은 적절한 타이밍에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좋은 아티스트였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밴드들은 페스티벌과 공연에서 무대를 선보이는 게 일이니까. 김수영도 마찬가지로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있다. 집에만 있는 나에게는 현장감과, 라이브를 느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한 영상들이다. 그녀의 페스티벌 영상을 자주 틀어놓고 일을 하면서, "아, 내가 김수영 팬이구나." 라고 자연스레 깨달았다.


김수영이 페스티벌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다. 둠칫둠칫한 리듬과 함께, 사람들과 떼창하기 좋아서 페스티벌에 잘 어울리는 노래. 김수영 - <비틀비틀>


https://youtu.be/_cPXxxjFBa0


이상하게 만났고 아무 생각 없던 넌데

왜 자꾸 나를 찾아온 거야

매일 같은 생각만 어질어질 네가 떠오르면 어떡해


넌 이상하게 돌아 자꾸만 맴돌아

넌 오늘도 잊지 않고 날 찾아오네

넌 이상해 맴돌아

우리 같은 시간 속에 닿게 된다면 나는 괜찮을 텐데


이상하게 너는 내게 왜 이래

난 도망치듯 너를 비워보고

넌 이 상황에 남아있다면 어떨 것 같은데


도대체 너는 내게 정말 왜 이래

왜 자꾸만 내 마음에 들어올래

또 이리저리 나를 비틀비틀 걷게 만드네



페스티벌 영상을 몇십번 반복해서 들으면서, 나도 저 응원법에 같이 끼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 속으로만 응원법을 하고, 아무도 없을 때 응원법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원래 맨 처음에 "사랑하자 김수영!" 이 있는데 페스티벌이라 관객들이 못하고 있네 ㅠㅠ 김수영 얼른 단독 공연 열어라! 단독 공연에서 "사랑하자 김수영!" 외쳐야지.'




입덕부정기는 이제 빠져나와, 그녀의 팬을 하고 있다. 비틀비틀 노래 가사처럼 이상하게 김수영 생각이 맴돌면서, 그녀의 노래가 마음에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곧 팬이지. 예전에 아이돌 프로미스나인을 좋아했을 때 정도의 팬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니까, 모든 페스티벌에 참석해서 직캠을 촬영한다거나. 앨범을 수십장씩 사서 팬싸인회에 간다거나하는 헤비한 수준은 아니다. 나는 그저 김수영 무대영상이나 틀어놓으면서, 내 할 일이나 한다. 그러다가 그녀의 어느 노래의 가사에 큰 공감을 하며 깊은 생각에 빠지는 라이트한 팬이다. 최근에 빠진 노래 가사는 덧에 추가한다.


오랫동안 입덕부정기를 거치면 더 일찍 팬질을 하지 않았다는 게 후회된다. 왜 나는 Dont' know 앨범이 없을까. 왜 나는 Round and Round LP가 없을까. 왜 나는 굿즈가 없을까. 올해 초에는 그녀의 생일 카페가 있었는데, 그 날 주말 출근을 해야했기도 했고. 굳이...? 라고 생각해서 가지 않았다. 아니 근데 이틀동안 여는 본인의 생일카페에 이틀 모두 오는 가수가 여기있네. 후... 기회가 되는대로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열심히 팬 활동을 해야겠다. 아, 그니까 현생의 시간과 돈을 갈아넣을 정도는 아닐만큼 적당히 팬질하자. ^^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랑하는 아티스트로 들어온 김수영은,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랑하는 아티스트에서 멀어질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에픽하이, 에이핑크, 우효, 프로미스나인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들은 그 시절의 내가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이다. 그 시절의 나는 여건이 되는대로 앨범을 샀고, 공연에 갔고, 팬미팅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아티스트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표현할수록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가수의 활동이 뜸해지거나, 나의 개인적인 일들이 바빠지고는 했다. 그렇게 팬심을 표현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팬심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지금 사랑하는 아티스트, 김수영에 대한 팬심은 아주아주 느리게 사그라들면 좋겠다.


지금은 나의 팬심이 김수영에게 정착해있다. 내가 김수영을 좋아하는 동안에는 그 좋아하는 마음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김수영에 대한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도 김수영의 음악이 나의 일상에 잔잔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그녀가 지치지 않고, 가끔씩 오래도록 활동해주면 좋겠다.




덧 1.

에세이의 전반부에는 그저그랬던 마음이 후반부에는 격렬한 호감으로 드러난다. 주체할 수 없는 팬심이 점진적으로 새어나와 결국에는 터져버렸다. 마지막에 허겁지겁 다시 팬심을 꼭꼭 싸매면서 마무리.


덧 2.

최근에 빠진 가사. 김수영 - <Bubble>

https://youtu.be/kewl4P_b0RA

누군가는 나를 알아봐 줄래요

많은 것 바라지는 않구요

나는 그저 작은 사랑이 필요해요

혼자 남은 순간들 이젠 지겹거든요


덧 3.

열심히 팬질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녀의 신곡 <미워했던 날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어>와 함께하는 단독 콘서트 Bloom 에 갔다.


(다음 편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