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drew Jul 27. 2020

승리의 달콤함에 침묵했던 여름

2015.5.5 vs KT

야구팬들은 과정을 분석하여 결과를 해석하지 않는다. 성적표에 맞춰서 지난 모든 과정을 이해하려고 한다. 만약 야간 훈련을 해서 팀이 이기면 착한 훈련인거고 팀이 지면 나쁜 훈련이 되는거다. 이 때의 야구 시청을 교훈으로 훗날 나는 지속가능 경영의 신봉자가 되었다.


2015년의 한화는 여러 부분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날들의 부진한 성적은 그 과정까지도 부정되었다. 하지만 모든 변화가 좋은 쪽으로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여름 즈음에 권혁과 박정진, 송창식은 이기나 지나 계속해서 등판했다. 역대급 혹사 페이스를 밟아가는 승리조 불펜의 모습에 우려가 있었다. 시즌 후반이 되면 불펜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거란 추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가면서도 어떻게든 갖은 이유로 납득하고 옹호하는 류의 일은 멍청하다. 이 당시 이 멍청한 일을 내가 자주 저지르곤 했다. 일종의 우상숭배 같은거다. 어린이날, 7점차로 리드하고 있는 9회에 권혁이 등판한건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즌 후반을 생각한다면 납득가지 않는 기용이었다. 후반기에 조절을 해주려고 하는 계획이 다 있어서인가?


어린이날 다음날엔 이른바 유창식-임준섭 4:3 트레이드가 터졌다. 아니, 어떤 팀이 군필 유망주 2명과 좌완에 150km를 던지는 투수 등 4명을 주고 노장 이종환과 박성호, 임준섭을 받는거지? 이건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 거래였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이기는 한화가 처음이었기에 이런 문제에 침묵하고 넘어갔다. '그래도 김성근이니까 계획이 있겠지.', '이길 때 확실히 이긴다는 이론이 틀린건 아니야.'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정말이지 진절머리날 정도로 많은 패배를 지난 수 년간 경험했고, 매일 이겨나가는 한화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감히 토를 달거나 할 수 없었다. 승리는 달콤했고 과정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화는 감독, 선수 그리고 팬 모두가 한계치 이상의 야구를 해나가며 여름을 맞이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권태로움이 가신 봄을 맞이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