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
매 시행에 포함되어 있는 운은 독립 사건이길 바란다. '운명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명제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어제의 패배와 오늘의 패배가 별개였으면, 그러면 내일은 승리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가끔 인생에 무엇을 시도해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20대 매 순간이, 특히 20대의 후반으로 갈수록 영 안풀린다. 물론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20년의 한화이글스는 돌아보면 지독하게 안풀렸다. 이성열과 송광민, 김태균과 호잉이 동반 부진을 겪었으며 정은원, 하주석과 이용규가 부상 당했다. 퓨처스리그는 1위를 달리다 코로나19 악재로 3위로 주저앉고야 말았다. 18연패도 했고 최초의 100패를 할뻔 하더니 기어코 리그 순위 꼴찌로 마감하게 됐다.
뭐 한화의 행보가 올해라고 딱히 나은건 아니었다. 지난 10년을 쭉 그래왔고 앞으로도 큰 기대가 되는건 아니다. 내 20대와 데칼코마니 같은 행보를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운명이 실타래가 아닌 주사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한화의 젊은 유망주들인 임종찬과 박정현, 강재민이 잘해주고 있다. 후반기의 매일이 새로운 한화의 라인업은 내년에 대한 기대를 품게끔 한다.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회를 제공하며 밭을 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는 93번이나 졌고 아직 질 경기들이 더 남아 있다. 그래도 팀이 깔끔히 올해 실패를 인정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모습에 위안을 받는다. 올해는 셔터를 닫더라도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10년의 희망고문에도 또 다시 속아본다. 아니, 내년은 정말로 다를지도 모른다. 한화도, 내 도전과 열정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