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4 vs NC
김태균의 은퇴는 갑작스러웠다. 2군에서 부상을 다스리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이 끔찍한 시즌의 종착지가 김태균과의 이별일줄이야.
아마 2020년의 한화는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팀이 적당히 부진했더라면 그 누구보다도 축하 받으며 떠나 보낼 레전드가 바로 김태균이다. 이렇게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달갑지 않다. 물론 그마저도 김태균의 선택이니. 김태균답게 쿨하긴 했다. 김태균의 은퇴 경기라면 대전까지 왕복 4시간을 다녀올 의사도 있었는데.
김태균은 한화의 봄 시범경기 단골 인터뷰 손님이었다. "올해의 한화는 다를겁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김태균에게 우리는 매년 속았다. 그래도 길고 긴 암흑기에 김태균만은 빛났다. 포스트 김태균이 나오길 누구보다도 바란 건 김태균 자신이었을 것이다.
김태균과의 늘어놓을 추억이 정말 많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건 2018년 포스트 시즌 3차전. 9회초에 그림같은 2루타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장면은 내가 관짝 닫고 들어갈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이다. 10년만의 포스트 시즌에서 결정적 순간엔 김태균이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 그 한 타석이 신인 선수에겐 정말 소중한 첫 타석이 될 수 있다며 김태균은 자신의 타석을 사양했다. 그는 한화에게 늘 진심이었고 최선이었다.
Farewell, 미스터 한화이글스, MR. Nicname. 지친 당신의 야구 배트가 이제는 숨 돌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