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으로 나를 브랜딩 하다

나라는 사람을 옷으로 브랜딩 해본다면?

by 지나킴 마케터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여정>


최유리 작가의 『오늘 뭐 입지?』를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진정한 스타일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타일이란 단지 옷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외면으로 드러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난 뒤, 나 역시 나 자신을 진단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스스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문득, 오랜 시간 몸담아온 브랜드 마케팅의 기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십여 년간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 특장점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해왔기에 나 자신에게도 이와 같은 브랜딩 기법을 적용해 보았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 브랜드만의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쟁 브랜드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를 명확히 해야만,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각인될 수 있다.


스타일도 결국 '나'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분위기를 지녔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외적 표현. 나라는 사람이 뚜렷한 색채를 띠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평범한 누군가가 아니라, 선명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하나의 브랜드처럼 매력적인 존재로 오래도록 남게 될 수 있다.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1. 첫 번째 단계: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받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FGD(Focus Group Discussion) 방식의 소비자 조사를 많이 진행한다. 여러 사람을 모아 브랜드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방향성과 차별점을 찾아낸다.


이 방식을 나에게도 적용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친한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던졌다.

“나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올라?”

“첫인상은 어땠어?"

“내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은 언제야?"

“내가 입었던 옷 중에서 가장 안 어울린 것은 뭐였던 것 같아?"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란 살짝 어색할 수 있지만, 진솔한 피드백이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준 피드백은 이랬다.

“처음엔 깍쟁이 같았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

“이지적이고 차가운 느낌.”

“깔끔하고 단정한 옷을 입을 때 가장 예뻐.”

“빈티지는 네가 입으면 좀 시골스러워.”

“서구적이라기보다는 동양적인 라인이 있어.”

“꽃무늬나 핑크색은 그만 입었으면 좋겠어.”


솔직하고 냉철한 피드백에 살짝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그만큼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할지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작업이 되었다.


2. 두 번째 단계: 나의 스타일을 세 단어로 정의하기


앨리슨 본스틴의 책『Wear It Well』에서 제안하는 ‘Three-Word Rule’은 간단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강력한 스타일 진단법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해 보자는 것. 이처럼 명확한 언어로 정리해 두면, 나의 스타일을 구체화하고 일관성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주변의 피드백과 나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아래의 세 단어로 정리해 보았다.


1. Sleek – 매끈하고 깔끔한 실루엣

내가 가장 즐겨 입고 편안함을 느끼는 옷은 늘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이다. 예전에는 디테일이 많고 장식적인 옷들을 자주 입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옷들이 오히려 나의 체형을 부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웨이브 체형이라 하체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일 수 있는데, 상체는 강조하고 하체는 정돈된 실루엣으로 다듬는 스타일이 훨씬 날씬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디테일보다는 절제된 라인이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는 걸 깨달은 후, ‘Sleek’은 자연스럽게 나의 첫 번째 키워드가 되었다.


2. Sophisticated – 도회적인 세련미

한 번은 밀짚모자를 쓰고 코카콜라 행사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선배가 다급히 내게 립스틱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안 바르면 좀 촌스러워 보여.”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빈티지하거나 지나치게 캐주얼한 스타일은 내 이미지와 어딘가 맞지 않는다는 것. 반면, 격식을 갖춘 직선적인 디자인, 도시적인 분위기의 스타일을 입었을 때는 이목구비가 더 뚜렷하게 살아나고, 전체적인 인상도 더 세련되고 정제된 느낌으로 전해졌다.


나의 외모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자연스러운 편안함보다는, 조금 더 도회적이고 포멀한 무드가 가미된 스타일이었다.


3. Elevated –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

사람들로부터 “아나운서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또렷한 발음과 낮은 중저음 때문이라고들 한다. 나는 이 인상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었고, 나를 표현할 세 번째 단어로 ‘Elevated’를 선택하게 되었다.


앨리슨 본스틴은 세 번째 단어를 고를 때, 옷을 통해 궁극적으로 느끼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그 질문을 나에게 던져봤을 때, 나는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옷을 차려입는 이유는, 일상보다 한층 더 나은 나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조금 더 단정하고, 조금 더 자신감 있어 보이는 나.

바로 그 감정이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핵심이며, ‘Elevated’라는 단어가 그 모든 감정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정리한 세 단어,

Sleek. Sophisticated. Elevated.


이 키워드들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이미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앞으로 스타일을 선택할 때마다 이 세 단어가 기준점이자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3. 세 번째 단계: 나만의 스타일을 하나의 메시지로 만들기


마케팅에서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그 제품의 컨셉(Concept)을 한 페이지로 정리해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는 이 방식을 나의 스타일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로 컨셉화해보는 작업이었다.


Insight (인사이트 / 니즈):
첫인상에서 나의 매력을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


1) Benefit (혜택):
동양적인 이목구비는 이지적이고 정제된 실루엣과 만났을 때 더욱 또렷하게 빛난다.


2) Reason to Believe (믿을 수 있는 이유):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은 웨이브 체형을 균형 있게 보완해 주고, 심플한 디자인은 동양적인 이목구비를 정제된 느낌으로 정돈해 준다. 이 두 요소가 어우러질 때, 이지적이고 도회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3) End Message (최종 메시지):
“이지적인 도회미로 고요히 빛나다.”


이렇게 나만의 스타일을 정리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하나의 컨셉(Concept), 하나의 메시지(Key Message)로 정립하게 되었다.


물론, 꼭 이 세 번째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다. 세 번째 단계는 말하자면 선택 사항, 스타일 여정의 ‘보너스 트랙’ 같은 것이다. 앞서 정리한 두 번째 단계, 세 가지 단어(Sleek, Sophisticated, Elevated)로 나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된다.


<나만의 스타일을 정의한 이후>


이 과정을 거치며, 나는 옷을 고를 때마다 ‘Sleek, Sophisticated, Elevated’ — 내 스타일을 대변하는 세 단어와 부합하는지를 기준 삼게 되었다.


그 결과, 무분별한 쇼핑은 자연스럽게 줄었고, 옷장에는 ‘나’를 잘 표현해 주는 옷들만 남게 되었다. 바쁜 아침, 옷장 앞에서의 고민도 줄어들었고, 내 분위기에 잘 맞는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겼다.


마침내, 나는 내가 원하던 ‘나다운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은 많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그저 화려하고 독특하기만 한 옷들로 스스로를 꾸미던 시절은 떠나 보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오랜 시간 나를 지켜본 이들에게 작은 감탄과 따뜻한 안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옷을 입는 아침이 즐겁다. 매일 아침, 옷을 고르는 시간이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상이 되었다. 그 행복은, 하루를 더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만족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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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킴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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