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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킴 마케터 Aug 14. 2024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브랜딩하다

나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의 스타일을 마케팅처럼 접근해 보다

    최유리 작가의 <오늘 뭐 입지?> 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사람이야 말로 진정 옷을 잘 입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닫고, 나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동안 나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통해 접근해 보았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여 성공적인 브랜딩을 한 사례들

    브랜드 매니저로서 브랜드의 정체성(Brand Identity)을 고민하며 브랜드의 특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일을 담당해 왔다. 마케팅에서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들에게 브랜드만의 특장점이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고객들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로고, 색상, 슬로건 등 시각적 및 언어적 요소를 통해 브랜드를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떠올릴 때 바로 연결될 수 있다.


    스타일 정체성도 같은 논리로 적용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식되는 순간, 무색무취의 사람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더욱 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떤 누군가는 그 사람만의 매력을 품고 있는 친구가 있다. 왠지 모르게 더욱 대화하고 싶고 그 친구를 떠올리면 기분 좋은 은은한 향기가 내 마음을 녹이는 특별함이 있다. 물론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내적인 아름다움과 인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그다음으로  시각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스타일적 요소도 그 친구의 매력에서 분리될 수 없는 것 같다. 내적인 매력과 외적인 요소와 하나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그녀는 더욱 빛나는 시람으로 기억된다.


STEP 1. 나의 특장점은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 받기

FGD란 소비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브랜드에 대한 질문들을 물어보며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마케팅 조사 방식이다.

  

    마케팅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FGD(Focus Group Discussion)라는 소비자 조사를 자주 진행한다. 여러 소비자들을 모아 특정 브랜드나 서비스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정량적인 데이터로 얻기 어려운 소비자의 깊이 있는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브랜드의 차별점과 소비자들이 특별히 여기는 점을 발견하고, 브랜드의 방향성과 현재 위치를 파악하여 독자적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FGD 방식처럼, 나의 정체성을 분석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특장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나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나의 첫인상은 어떤지?"

"나만의 매력이 가장 돋보인 순간은 언제인지?"

"어떤 옷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았는지?"


    어쩌면 어색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친한 친구들과 동료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들이 대답해 준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엔 깍쟁이 같은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허술해서 반전이었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격이야."

"이지적인 느낌이 있어."

"깔끔하고 단정한 옷을 입을 때 가장 매력이 돋보이는 것 같아."

"빈티지한 느낌은 네가 입으면 시골스러워져서, 세련되고 도회적인 디자인이 더 잘 어울려."

"서구적이기보다는 동양적인 라인이야."

"제발 꽃무늬나 핑크색 옷은 안 입었으면 좋겠어."

    

    이러한 신랄한 피드백을 받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친구들이 진솔하게 대답할수록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앞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STEP 2. 나만의 매력을 세 개의 단어로 정리하기

Allison Bornstein "Three-Word Rule"

    앨리슨 본스틴(Allison Bornstein)의 《Wear It Well: Reclaim Your Closet & Rediscover the Joy of Getting Dressed》에서는 스타일을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하는 ‘Three-Word Rule’을 소개하고 있다. 이 규칙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세 가지 단어로 정의함으로써, 개인의 패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의 피드백을 종합해 보니, 나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단어들로 추려볼 수 있었다:  


1)Sleek 깔끔하게 떨어지는

2)Sophisticated elegance 우아한 세련미

3)Elevated 한 단계 높아진

   

     번째 단어는 옷의 전체적인 핏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오버핏, 캐주얼, 스키니 등과 같이 옷이 몸매를 어떻게 감싸는지에 대한 선택을 고민하면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반짝이는 장식이나 프릴 같은 디테일이 많은 옷을 즐겨 입었다. 하지만 나는 웨이브 체형(상체보다 하체가 더 발달한 경우)이라, 디테일이 많은 바지나 스커트를 입으면 하체가 더 부각되어 통통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상체는 하체보다 마른 편이기 때문에 상체를 강조하고 하체는 깔끔하고 단정한 라인으로 입으면 전체적으로 더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번째 단어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나타낸다. 예전에 코카콜라 행사에 밀짚모자를 쓰고 나타난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친한 선배님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분은 급히 다가와 내게 립스틱이라도 바르라며 자신의 레드 립스틱을 발라주셨다. 나는 피부 톤이 다소 어두운 편이라 밀짚모자를 쓰면 촌스러운 시골 여자로 보일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빈티지하고 캐주얼한 아이템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신 셔츠나 블레이저 재킷처럼 도시적인 분위기의 아이템을 입으면, 나의 동양적인 외모와 잘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0대 후반으로 다가서면서, 세련된 느낌 또한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는데 나는 시크한 쪽보다는 아닌, 우아함이 한방울 곁들어진 세련미를 갖추는 것으로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 단어는 내가 옷을 입으면서 느끼고 싶은 감정과 관련이 있다. 이 옷을 입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지를 표현하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저음의 목소리와 또렷한 발음 덕분에 아나운서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실제로 어렸을 때 아나운서를 꿈꾸기도 했고, 아나운서가 주는 이지적인 이미지에 대해 칭찬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고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옷을 입었을 때 내 자신이 승격되는 느낌,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Elevated (높아지다, 승격되다) 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이렇게 나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세 가지 단어로 정리하여 기준을 삼으면, 평소에 자신이 정한 스타일 방향에 맞게 옷을 고를 수 있게 되고,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이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3. 나의 스타일을 컨셉화 하기


    마케팅에서는 제품 출시 전, 제품에 대한 컨셉을 작성하여 소비자들에게 테스트하는 과정이 있다. 이를 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Insight (통찰력 있는 질문 혹은 사실 정의): 타깃 소비자들이 깊이 갈망하고 필요로 하는 니즈를 정의한다. 예시: "소비자들은 피부과를 가지 않고도 매일의 스킨케어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원한다."      


    Benefit (제품의 혜택):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의 혜택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예시: "이 제품은 빠르고 명확한 피부 개선을 제공한다."      


    RTB (Reason to Believe, 믿을 수 있는 이유): 제품의 혜택을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로 뒷받침한다. 예시: "임상 테스트를 거친 고농축 비타민C 성분이 7일 만에 피부 톤을 밝게 개선한다."      


    End Benefit (최종 혜택): 소비자가 제품을 장기적으로 사용하면서 얻는 궁극적인 혜택을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한다. 예시: "집에서도 매일 더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피부를 경험해 보세요."      


이렇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컨셉화 하는 마케팅 기법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나의 스타일을 컨셉화 해봤다.

Insight: "처음부터 가장 돋보이는 나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


Benefit: "단아하지만 세련된 나만의 스타일로 기억에 남을 수 있다."


RTB: "깔끔하게 떨어지는 핏은 상하체의 발란스를 균형 있게 잡아주고, 세련된 디자인은 동양적인 외모를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End Benefit: "이지적인 나만의 스타일로 매일매일 자신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정립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여 이러한 구조적인 기법을 사용했지만, 대부분 Step 2에서 사용했던 세 가지 단어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Step 3 경우는 세 단어를 가지고 스타일 정체성을 더 구체화시키는 추가적인 단계라고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단계들을 거쳐 최종적인 나만의 브랜딩을 담은 하나의 key message를 탄생시켰다.


"단아하고 이지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다."


    이 메세지는 내가 앞으로 어떤 옷을 구매할지, 오늘 아침에는 어떤 코디를 할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주었다. 이를 통히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분별한 쇼핑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옷을 고를 때 나의 스타일과 컨셉에 맞는지 확인하게 되었고, 옷장에는 통일된 컨셉의 옷들로 채워졌다. 바쁜 출근길이나 급한 외출 상황에서도 정돈된 컨셉의 옷들 덕분에 옷장에서 옷을 고르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매일매일 행복한 옷 입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한 옷장이 내 하루를 바꾸었고, 나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옷장을 보며 더울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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