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네덜란드 왕국령* 중에서 사바와 신트 외스타티위스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인구는 가장 적고 (사바 2천명, 신트 외스타티위스 3천명), 반대로 봉우리의 높이는 가장 높다 (사바의 Mt. Scenery 887m, 신트 외스타티위스의 The Quill 601m). 아직 자치국 지위를 부여 받지 못했다는 점 또한 동일하다 (아루바, 퀴라소, 신트 마르턴은 네덜란드 왕국을 구성하는 자치국으로, 역시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국인 유럽 본토 네덜란드와 동등한 지위를 누린다).
하지만 신트 외스타트위스와 사바는 다른 점도 많다. 일단 신트 외스타티위스에는 평지가 존재하며, 과거 역사를 보여주는 유적도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섬 면적만 놓고 보면 신트 외스타티위스가 사바보다 크지만 실제 돌아다닐 때의 부담감은 덜하다. 뿐만 아니라, 비록 신트 외스타티위스가 사바처럼 저세상 뷰로 모든 것을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자연과 역사의 밸런스 측면에서는 더 낫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두 섬 모두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신트 외스타티위스의 최고봉 The Quill의 높이는 해발 601m. 그런데 이 섬도 네덜란드령이니, 네덜란드는 졸지에 가장 높은 산과 두번째로 높은 산이 모두 대서양 건너에 있는 셈.
여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네덜란드어로 De Kuil이라 불렸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The Quill로 굳어졌다 하며, 이는 구멍이라는 뜻), 이 산의 감상 포인트는 정상에 형성된 대형 크레이터.
일단 멀리서 감상한 다음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수풀이 어느새 열대림으로 바뀌어 이색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다시 더 걸어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이르게 되면 거대한 크레이터 앞에서 엄숙한 분위기까지 추가된다. 크레이터 안까지 내려가볼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
Oranjestad 마을에서 남쪽으로 차를 달리니 도로의 끝에 Fort de Windt가 나타난다. 나름 fort라 이름 붙여져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포대 수준. 하지만 이 포대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았을 터. 과거 신트 외스타티위스에 이르는 뱃길을 지키던 곳이기 때문이다.
Fort de Windt 바다 건너 보이는 섬은 Saint Kitts로, 과거 영국과 프랑스가 쟁탈전을 벌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결국 영국이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였고, 이후 Saint Kitts and Nevis는 1983년에 가서야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그러니 신트 외스타티위스 남쪽 바다에는 프랑스 또는 영국이 무역 그리고 식민지 쟁탈전의 경쟁자로서 항시 존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 반영일까, 과거 이 작은 섬에 무려 19개의 요새 (fort) 가 건설되었다 한다. 그리고 Fort Oranje 등 일부가 현재까지도 건재하여 당시 네덜란드가 이 섬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불과 21㎢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섬이 과거 네덜란드에게는 꽤나 짭짤한 수익원이었다 한다. 섬의 평지에는 플랜테이션을 세워 사탕수수, 면화, 담배 등을 재배했고, 포구에서는 중계 무역으로 제법 돈을 벌었다. 당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카리브해 틈바구니에서 무관세 정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던 것.
그러나 불행히도 상품만 거래된 것이 아니었다. 신트 외스타티위스는 과거 네덜란드의 대서양 노예 무역 중심지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섬의 플랜테이션에 투입할 노예를 수입하는 수준이었으나, 점차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잡아와 카리브해 및 미국 각지로 팔아 넘기는 ‘장사’의 재미에 눈 뜨게 된 것. 전성기에는 해변 노예 ‘창고’에 수백 명의 노예가 갇혀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니, 제국주의 시절 네덜란드의 악행도 웬만한 나라 못지않았던 듯하다.
이 어두운 역사의 증거물 중 하나가 바로 Slave Path. 과거 잡혀온 노예들이 포구에서 이 섬의 플랜테이션으로 향하던 길목이라 그리 이름 붙여졌다. 지금은 평화롭기만 길이지만, 과거에는 이 곳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도 가지 않는다.
꼭 해봐야 할 일: The Quill 등반해 보기, 군데군데 숨어 있는 옛 역사의 흔적들 찾아보기,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숙련된 다이버만).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쾌적하며, 여름에도 겨울 대비 크게 더워지지 않음. 5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북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제도 (Leeward Islands) 에 속하며, 이 지역 항공 허브 역할을 하는 신트 마르턴 (Sint Maarten) 섬 남쪽 약 6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Winair (https://www.fly-winair.sx) 가 신트 마르턴 공항 (SXM) 에서 하루 2~4편 직항편을 운항 (비행 시간은 20분 남짓). 신트 마르턴 공항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4시간 남짓).
입국 요건: 신트 외스타티위스가 네덜란드령이라 네덜란드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 대한민국 국민은 신트 외스타티위스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공식 화폐로 미 달러를 채택하고 있어 별도 환전 불필요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 (택시 등 제외). 공항 및 Oranjestad 마을 (도서관 앞) 에 MCB 은행의 ATM이 있기는 하나,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네덜란드령인 까닭에 네덜란드어가 공용어이고 네덜란드어로 대화하는 주민을 종종 볼 수 있으나, 영어로 의사 소통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음.
교통: 섬이 작아 Oranjestad 마을 내 이동 시 도보로 충분하며, 마을에서 공항도 도보 20~30분에 가능 (섬 북쪽 끝 Boven National Park나 남쪽 끝 Fort de Windt 이동 시에는 차량 필요). 택시 요금은 편도 10~15달러 선 (섬 종단 시 25~3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40~50달러 선이며, Boven National Park 내에서는 SUV 외 운전 어려우니 유의할 것. 자세한 정보는 신트 외스타티위스 관광청으로 (https://statia-tourism.com/plan-your-trip/practical).
숙박: 호텔은 대부분 합리적 가격에 만족스러운 환경을 제공 (일 150~250달러 선) 하나, Golden Rock Resort 등 고급 호텔도 1~2개 존재 (일 300~500달러 선). 대부분 Oranjestad 마을 및 해변에 위치하나, 일부 동/남부 외곽에 위치한 경우도 있으니 참고. 빌라 렌트도 가능하나 교통 불편한 외딴 곳에 위치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자세한 정보는 신트 외스타티위스 관광청으로 (https://statia-tourism.com/places-to-stay).
식당/바: 양식 또는 캐리비안 요리가 대부분이나 중식당도 셋 존재. 근사한 저녁 식사는 The Old Gin House, Whale Tails나 Barrelhouse를 추천 (그러나 다른 식당도 대부분 만족스러움). 자세한 정보는 신트 외스타티위스 관광청으로 (https://statia-tourism.com/food-drinks).
전압/콘센트: 11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9 (네덜란드령 카리브해 공용).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911, 의료 913), 신트 외스타티위스 관광청 (+599-318-2433), Winair (+1-721-545-4237),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31-70-740-02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