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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Oct 18. 2024

아바코 (Abacos)

’불량한’ 항공사 덕분에 계획에 없던 여유를 얻다





바하마를 포함한 범 카리브 지역에서 항공편은 필수적인 교통 수단이지만 (섬이 많고 배로 다니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드니),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믿기 어려운 교통 수단이기도 하다. 지연은 예사에 결항도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며, 이를 제때 알려주기나 하면 다행이지 대안이나 보상은 기대키도 어렵다. 실제로 카리브 여행 도중 항공편 지연, 결항, 위탁 수하물 미적재, 캐리어 파손 등 상상 가능한 사고는 다 겪어봤으며, 한번은 결항을 알려 주지도 않아 공항에 가서야 이를 알게 되어 진땀을 뺐다. 그럼에도 그 항공사는 익일 항공편으로 ‘무료’ 변경 외 아무 대책도 주지 않았다…


바로 이 최악의 사건이 아바코에서 발생해 버렸다. 그래서 원래 1박 예정이었던 아바코 일정이 2박이 된 것. 공항까지 가서 붕 떠버리니 막막했다. 원래 1박을 하기로 했던 그랜드 바하마 (Grand Bahama) 의 일정은 날린다 쳐도, 아바코에서 하루 더 있어야 하는데 차는? 호텔은? 식사는?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니 일단 차가 우선. 렌터카 업체부터 연락해 하루 연장 합의. 이젠 호텔이다. 전화를 했더니 한참만에 관리인이 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상황을 설명하고 하루 더 묵었으면 좋겠다 요청하자, 몇 초 고민하던 관리인이 이렇게 말한다.


‘사실 오늘 투숙객이 없어서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사정이 그렇다 하니, 세 시 이후에 올 수 있을까? 집에 볼 일만 좀 처리하고 다시 갈게. 저녁 해줘야겠지?’


이렇게 전화 두 통으로 아바코 1박 연장이 완성되어 버렸다. 갑자기 하루를 더 얻은 듯 마음이 편해지며 여유롭게 하루를 더 보낼 생각에 즐거워진다.


어쩌면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이럴 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코로나19 팬데믹 중이라지만, 호텔의 유일한 투숙객이 되어 보기도 처음이었고, Schooner Bay 동네의 거의 유일한 행인이 되어 보기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호텔의 관리인 겸 셰프는 여전히 친절했고, 동네를 홀로 다 가진 것 같은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조용한 해변에서 혼자 멍 때리다 해 질 녘 시간 맞춰 호텔로 돌아가니 셰프가 부지런히 유일한 투숙객을 위한 요리를 준비 중이다. 민박 같은 호텔의 정. 바쁜 island hopping으로 조금은 지쳤던 마음이, 셰프와의 담소와 함께 조금씩 풀리며 여유로움이 내려 앉았다.





새소리에 깬 아침, 다시 자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한 산책. 동 틀 무렵의 미약한 빛을 벗 삼아 바닷가로 향했다.


어느 순간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바다 쪽으로 넘어간 것. 그런데 바다 건너 동쪽 하들이 붉은 빛으로 막 물들고 있는 참이다. 황량한 자갈 들판과 바위 해변 그리고 그 뒤의 바다 위로 태양이 솟아 오르고 있다. 먼 하늘부터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며, 남은 하늘도 검정색에서 푸른색 다시 오렌지색으로 조금씩 칠해 나가는 일출의 장엄함.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이토록 전 과정을 그 누구도 없는 해변에서 혼자 오롯이 감상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일출만으로도 이 섬에 다시 갈 이유는 충분하다.





범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들 중 상당수가 바하마에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 못할 터. 바하마에서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지금 본 이 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해변일 것’이라 믿어버리는 것일 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Treasure Cay의 새하얀 모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사진으로 감상할 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정처 없이 달리다 보니 ‘Sandy Point Airport’라는 간판이 보인다. 분명 아바코에는 Marsh Harbour와 Treasure Cay 외에는 공항이 없었던 것 같은데, 호기심에 이끌려 잠시 차를 멈춘다.


그런데 명색이 공항이라고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 아무런 시설이 없다. 터미널도 없고 관제탑도 없다. 아니 잠깐, 펜스조차 없다! 그리고 바로 앞의 공터는… 설마 활주로?


진짜 활주로가 맞았다. 찾아 보니 비정기성 항공편은 여전히 이 공항에 한번씩 내리는 모양이지만 (아마 사용할 때에만 필요한 통제 조치를 할 듯 하다), 평소에 굳이 관리는 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조만간 터미널 등 시설을 보강하여 정식 공항으로 사용할 계획이 있다 하니, 어쩌면 다시 가보았을 때에는 못 들어가볼 수도 있어 보인다.





꼭 해봐야 할 일: 한없는 한적함 속에 빠져 멍 때리기, 한 번 더 멍 때리기, 멍 다 때렸으면 Treasure Cay 등 여러 비치 방문해 보기,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15~25도로 선선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6월~10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 11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북대서양 서쪽 루카얀 열도 (Lucayan Archipelago) 에 속하며, 뉴 프로비던스 (New Providence) 섬 북쪽 약 90km에 위치.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있으며, 통상 3월 초 시작, 11월 초 종료 (’24년에는 3.10 (일)~11.3 (일); DST 기간 중에는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항공편: 아바코 섬에는 두 개의 공항 (Marsh Harbour (MHH), Treasure Cay (TCB)) 이 있으며, 한국에서 애틀랜타까지 이동 후 Marsh Harbour (MHH) 공항까지 직항편 이용 가능 (델타 항공; 비행 시간은 2시간 선). 한편 수도 나소 (NAS) 에서 Marsh Harbour (MHH) 공항까지 Bahamasair (https://www.bahamasair.com) 및 Western Air (https://www.westernairbahamas.com) 이 일 4~5회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약 30분). 나소 (NAS) 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보스턴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2~3.5시간 선).

입국 요건: 바하마는 대한민국과 사증면제협정 체결국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3개월).

화폐 및 여행 경비: 바하마 달러 (BS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BSD = 1 USD). 그러나 미 달러도 통용되어 별도 환전은 불필요.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며, ATM이 몇 개 없어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섬이 길쭉한 띠 형태로 (섬 종단 시 170km 이상) 대부분 이동 시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섬 종단 시 300~350달러 선, Marsh Harbour 공항 기준 Treasure Cay 지역 65~70달러, Crossing Rocks 지역 100~110달러 선으로, 렌터카가 가격적으로 훨씬 유리. 렌터카는 하루 50~70달러 선이며, 좌측 통행이나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부담은 크지 않은 편.

숙박: 호텔이 별로 없어 빌라 렌트 등 고려 필요. 고급 호텔은 일 300~500달러 선으로 비싼 편이나, 그보다 저렴한 가격대도 존재하니 예산 등 고려한 합리적 선택 필요. 아울러 아바코 섬이 워낙 크니 어느 지역인지 반드시 확인 후 예약 권장.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hotels).

식당/바: 대부분 식당이 Marsh Harbour 지역에 위치하며, 대부분 양식 또는 캐리비안 요리를 제공. Wally's Restaurant, Colors By The Sea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바하마 관광청으로 (https://www.bahamas.com/plan-your-trip/restaurants).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242.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9), 바하마 관광청 (+1-242-302-20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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