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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Aug 31. 2024

과들루프 (Guadeloupe)

겹무지개의 ‘묘미’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방울이 프리즘 역할을 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무지개이니,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고 또 그 사이 사이 소나기도 자주 내리는 카리브해에서 무지개를 발견하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카리브해라 해도 겹무지개까지는 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이 겹무지개를 과들루프에서 드디어 만났다. 과들루프 도착 첫날 몇 가지 좋지 않은 첫인상 (렌터카 업체 직원의 은근한 불친절, 지난한 영어 의사소통에서 오는 좌절, 싼 맛에 호텔 대신 빌린 아파트 상태에 대한 불만 등등) 이 있었는데, 이 겹무지개가 마치 이를 위로해주는 듯했다. 앞으로는 좋은 경험만 할 것이라며.


실제로 그랬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미소를 만면에 띠지는 않을지라도 조금만 대화해보면 최대한 도와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곳. 영어로 의사소통은 어려울지라도 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곳. 그리고 프랑스 문화와 제도가 굳건한 것 같지만 그 기저에는 카리브의 여유가 깔려 있는 곳.


과들루프는 그런 묘미가 있는 곳이었다.





과들루프 지도를 보면 마치 나비 모양의 섬 한 개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개의 섬 – 서쪽의 Basse-Terre와 동쪽의 Grande-Terre – 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섬이 나비의 양 날개를 구성하며, 이를 Rivière-Salée (소금물의 강이라는 뜻) 가 가른다. 그리고 과들루프의 최대 도시 Pointe-à-Pitre가 두 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섬의 자연환경이 상당히 대조적이다. 서쪽의 Basse-Terre 섬은 산세가 상당히 험준할 뿐만 아니라 최고봉 La Grande Soufrière 산은 무려 높이 1,467m에 달하는 활화산이다 (1977년 마지막 분화 이후 잠잠한 상태). 그래서 이 산악 지대를 가로지르는 La Route de la Traversée를 지나고 있노라면 마치 산맥을 가로지르는 느낌까지 든다.


그런데 이에 반해 동쪽의 Grande-Terre 섬은 그렇지 않다. 물론 야트막한 산과 언덕이야 계속 이어지지만, 그래도 비교적 평탄한 지형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산과 물과 바다가 모두 Basse-Terre와 대조되어 지루할 새가 없다.





산이 험준하면 그 사이 사이의 비치도 그윽한 법. Basse-Terre의 경우가 그렇다. 바닷가까지 튀어나온 산과 언덕 사이 사이에 깊은 인상을 주는 멋진 비치들이 가득하다.


더러는 검정색 모래의 강렬함으로, 더러는 노랑색 모래의 안정감으로 다가오는 비치들. 그리고 그 안에 안겨 한가하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이들을 보면서 인생의 즐거움이 별게 있겠나 되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예상했겠지만) 동쪽의 Grande-Terre 쪽 비치는 Basse-Terre 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늘색 내지는 청록색 영롱한 바다와 새하얀 모래로 특징되는, 카리브해를 생각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를만한 비치가 이어진다. 당연히 분위기도 훨씬 가볍다.


그러나 그 안에 안겨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만큼은 똑같다. 넘치는 여유 속에서 그 순간을 즐기는 태도 때문일까. 화려하기만 한 관광지와는 다른 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과들루프에서의 마지막 날. 늦은 오후에는 마르티니크로 넘어가야 하는 급한 일정 속 어디를 돌아봐야 할까. 일단 근처의 럼 양조장 한 두 곳만 10분 내로 퀵하게 들른 다음 Grande-Terre의 북쪽 끄트머니까지 가보면 되겠다 싶어 출발.


그런데 첫 경유지 Distillerie Longueteau에서부터 계획이 틀어졌다. 일찍이 이리 깔끔하게 정리된 럼 양조장을 본적이 있었던가. 이정도 느낌이면 20분 정도 있어도 되지 않을까. 들어서니 화려한 전시장 및 다양한 럼 라인업이 한번 더 끌어당긴다. 이정도 느낌이면 딱 30분만 있어볼까.


... 하지만 결국엔 1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직원의 해박함과 친절함에 반해 연신 럼을 마셔보며 럼과 Longueteau의 철학 (청색과 적색 사탕수수로만 럼을 생산한다든지, 다양한 럼을 블렌딩하는 등 실험을 지속한다든지 등등) 에 대해 논하다 보니 훌쩍 가버린 시간.


여행 계획은 이미 틀어졌는데, 기분은 오히려 좋다. 섬의 끄트머리까지 가보는 것보다 더 값진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리라. 미련 없이 뒷 여정을 마음 속에서 버리고, 다음 럼 양조장으로 향했다.





마음 편히 뒷 여정을 버린 결과, 럼 양조장 투어에 오전을 모두 쓰게 되었다. 그런데 여러 곳을 방문하다 보니 양조장마다 서로 다른 철학을 견지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일단 Karukera는 럼 숙성 및 블렌딩에만 집중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Longueteau와 협업해 증류액 및 럼을 공급 받는 구조). 그래서 Karukera의 럼도 Longueteau와 마찬가지로 실험 정신이 강하게 느껴진다.


Papa Rouyo는 원래 맥주 양조장이었으나 5년 전쯤에 럼 양조에 뛰어든 신생 양조장. 그래서 장기간 숙성된 럼은 없으나 그 대신 이들이 어떻게 무에서부터 역사를 창조해 가고자 하는지 잘 관찰할 수 있다.


Montebello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사탕수수 찌꺼기 등 럼 생산 부산물을 연료 등으로 전량 재활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타 양조장 대비 장기간 발효시켜 사탕수수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고자 하는 등 생산 기법상 특이점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17세기 이래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온 까닭에, 과들루프의 어디를 다니든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이는 요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식당에서 프렌치 요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프렌치 요리 기법을 활용하더라도 카리브해의 식재료나 향신료 등의 영향을 받은 이 지역만의 독특한 요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산물 스튜를 만들 때 현지 식재료인 lambi를 사용하고, 현지 향신료를 더해 이 지역만의 독특한 맛을 창조해내는 것.


여기에 럼 등 이 지역 고유의 주류 그리고 카리브해 특유의 여유까지 더해 식사를 즐기다 보면, 즐거운 식도락 경험이 자연스럽게 보장된다.





대부분 섬이 크지도 않고 인구도 많지 않으며 경제 규모도 대부분 작은 편이니, 카리브해에서 대규모 교통 인프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활주로 길이가 부족해 소형기만 취항 가능한 공항, 포장이 되어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소로 등이 일반적인 인프라의 수준.


그러다 과들루프의 인프라를 보면 그 스케일에 놀라게 된다. 대형 공항에는 프랑스 본토발 항공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뜨고 내리며, 항구에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활발히 하역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주요 지역에는 중앙분리대가 완벽히 갖추어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간만에 큰 섬에 도달했음을 새삼 실감케 된다.





꼭 해봐야 할 일: Basse-Terre와 Grande-Terre의 대조적인 자연을 즐기며 비교해보기, 섬 곳곳의 럼 양조장에서 다양한 럼 마셔보기, 다양한 프랑스 문화의 흔적 발견하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5월~11월 우기/허리케인 시즌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중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에 속하며, 도미니카 섬 (Dominica) 북쪽 약 4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마이애미 (MIA) 에서 주 2회 정도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3.5시간 선). 그리고 마이애미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2~3시간 선). 한편 파리 (CDG, ORY) 에서 하루 3~6편 직항편 운항중.

입국 요건: 과들루프는 프랑스령인 까닭에 프랑스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과들루프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유로가 공식 화폐로 환전 필요.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하나, 택시 등 이용 시 대비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Pointe-à-Pitre, Basse-Terre, Saint-François 등 주요 도시에는 Crédit Agricole, BNP Paribas, Banque Populaire 등 ATM 다수 존재.

언어: 프랑스령인 까닭에 불어가 공용어이며,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불어 외 언어 (영어 포함) 로 의사소통 불가한 경우 많아 유의.

교통: 섬이 상당히 큰 편으로 (동서 종단 기준 100km 이상)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Point-a-Pitre는 20~40유로 선, Saint-François는 150~200유로 선, Basse-Terre는 200~250유로 선. 렌터카는 하루 60~80유로 선이며, 우측 통행에 주요 도로 포장 상태 양호하여 운전에 큰 무리 없음.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 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on-guadeloupe/other-accommodations).

숙박: Basse-Terre 및 Grande-Terre 전역에 걸쳐 다수의 호텔이 존재하며, 다양한 가격대 호텔이 존재하니 예산 고려하여 선택 필요 (대부분 일 150~300달러 선, 고급 호텔은 일 400~600달러 선). 빌라 렌트도 가능하나 고급 빌라는 매우 비쌀 수 있으니 유의.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accommodation).

식당/바: Basse-Terre 및 Grande-Terre 전역에 걸쳐 다수의 식당이 존재하며, 주로 프렌치 또는 캐리비안 요리 제공. Koté Sud (프렌치/캐리비안), Le Rhumarin (프렌치), Paradise Kafe (퓨전)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restaurants).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C/E 사용 (즉, 프랑스와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없음.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0 (생 마르탱, 생 바르텔레미와 공유).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17, 의료 15), 과들루프 관광청 (+590-590-820-930),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33-1-4753-0101),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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