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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샘 Nov 23. 2024

나는 빵을 왜 이렇게 좋아할까?

평생 빵순이

나는 빵을 정말 좋아한다.

건강을 생각해서 절제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빵을 먹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도 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먹었다.

그때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행복하다.

내가 왜 이렇게 빵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 주신 빵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 집 가정형편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무엇을 사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 아이들이 보통 가게에서

사 먹던 먹거리들의 이름을 거의 모른다).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었다.

왜 그러면 더 배고프지 않던가!

하루에 먹는 밥으로는 대단히 허전했다.




그래서 엄마는 무엇이라도 만드실 생각에 그냥

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나 이스트를 넣고 간만 

살짝 맞추어서 빵을 자주 만들어 주셨다.

찐빵, 굽는 빵, 가끔은 도넛까지..

도넛도 안에 팥이나 내용물 없이 그냥 반죽만

기름에 살짝 튀기는 것이다.

그때는 그것도 얼마나 맛있던지..

그때는 연탄을 사용했던 때라 연탄불에 빵을

구우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빵이 탄생했다.

연탄불은 적당히 빵껍질을 훌륭하게 만들어 준다.

요즘으로 말하면 빵을 화덕에 굽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날 오빠가 부모님 학교에 가야 되는 날이라고

었는데, 엄마가 그때 당시에는 빈 손으로 갈 수

없으니 빵이라도 만들어 가지고 가셨는데 모든 선생님들이 너무나 맛있다고 그다음에도 그 빵을 부탁하셨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똑같은 음식을 해도

엄마의 손이 닿으면 마법처럼 무엇인가 달랐었다).

그렇게 빵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아마도 우리 가족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그런 거였지 않았을까.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빵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삼 남매 중 내가 유독 빵을 더 좋아하였다.




지금은 맛있는 빵이 차고 넘친다.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크림을 듬뿍 넣은 빵,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샌드위치, 건강한 빵등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완성된 것을 그냥 고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나한테 직접 전해지는 어떤 손길과 수고로움은 없다.

점점 개인화와 편리성을 추구하는 방향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우리는 무언가 또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급변하게 변해가는 세상.

그것을 다 맞춰 가기도 버거운 삶 속에서 내가 기꺼이

하면 좋을 수고로움은 없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어떤 작은 수고로움이 때로는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있다.

내 주변을 잘 관찰하는 것은 이미 굉장한 수고로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엄마가 빵을 만들어 주셨던 그 수고로움의

손길이 그때는 당연하게 그냥 흘려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그 순간이 내게 그 모습 그대로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일명 소울푸드라는 것을 갖고 있을

것이다. 빵이 내게는 그런 것 같다.

내가 빵을 지독히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다른 것보다

더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빵에는 나의 삶이 어느 정도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사랑과 헌신과 수고로움이 있었고,

나이가 이제 어느 정도 들어버린 요즘 난 그것들을

다시 생각하곤 한다.

지금도 가끔 가족이 모이면 그 시절 얘기를 하곤 한다.

언니가 요즘 빵값이 장난 아니라며 직접 만들어 오기

시작했다. 꽤 먹을만하다.

그것도 작은 수고로움일 것이다.

근데 그것이 생각이상으로 가족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나의 빵사랑은 아마 평생 지속될 것이다.

그래도 그 연탄불에 구웠던,

엄마가 만들어 주신 빵이 제일 맛있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는 없는 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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