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독일에서 글을 쓴다. 어쩌다 여기 있냐 묻는다면, 애인 때문에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 애인이 한국에서 취업이 어렵자, 독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꾼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 아무 환상이 없는 인간이 유럽에 왔다는 걸 그저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 유학을 꿈꾸는 것을 봐왔다. 특히, 수학이나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독일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아마 독일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빈틈없이 단단한 이미지. 뭐든지 척척 해내는 이미지. 유학뿐인가, 쾌적한 삶의 질 역시 한국과 비교했을 때 충분히 동경할만하다. 그런데 나는 정작 독일 유학을 떠난 사람은 그렇게 많이 보지도 못했고, 독일에서의 계획을 재빨리 접고 귀국하거나 시도조차 포기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많이 접했다. 물론, 개개인의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줄이지 못해서였지 않을까?
미래의 독자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언약을 하나 하려 한다. 앞으로 내가 쓰려는 글엔 환상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이곳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