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 놀이, 놀이가 되는 말 1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17 (구체적 언어치료 방법 1)

놀이를 통한 언어치료 이야기

구체적 놀이를 응용한 언어치료

“아이의 언어는 책상 위에서보다 놀이터와 거실 바닥에서 더 크게 자랍니다.”
언어는 단순히 단어를 암기하는 기술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쓰이고 반응하며 성장하는 힘입니다. 놀이는 그 언어가 싹트고 자라는 가장 좋은 밭이 되지요.

저는 준이와 함께 다양한 놀이를 이어가며, 말이 단어를 넘어 생각으로 자라나는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아래에 소개해 드리는 놀이는 모두 엄마와 준이가 직접 해 본 놀이로 언어치료 선생님께 배워서 숙제로 해 본 내용도 있고 엄마와 준이가 독자적으로 만든 놀이도 있습니다. 언어 지연이거나 느린 학습자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의 육아 일지에 필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 보았습니다.

1. 의사놀이 – 병원과 도구의 언어 배우기

준이는 청진기, 주사기, 약통, 핀셋, 거즈 같은 장난감 의료 도구를 가지고 의사·간호사·환자 역할을 번갈아 하곤 했습니다. “어디가 아프세요?”, “주사 맞으셔야 해요”, “약을 하루 세 번 드세요” 같은 대화는 자연스레 따라왔지요.

더 나아가 소아과, 내과, 안과, 피부과, 치과 등 다양한 병원 명칭도 함께 배우며 어휘가 확장되었습니다. 치과놀이에서는 “입을 아— 벌리세요” 같은 표현도 자주 나왔습니다. 작은 도구와 역할이 아이의 언어를 생생하게 자극한 순간이었습니다.

+ 확장 활동 책: 《멍멍 의사 선생님》

책 속 동물이 아플 때 진료해 주는 장면을 본 뒤, 놀이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 “책에서는 강아지가 어디가 아팠지?”

준이: “다리가 아팠어요.”

엄마: “그럼 오늘 환자는 토끼야. 어디가 아플까?”

준이: “배가 아파요.”

2. 요리·식당놀이 – 맛과 분류의 언어 배우기

음식 모형과 식기류는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언어 학습 교구가 되었습니다. 준이는 과일, 채소, 고기, 생선, 유제품 등 음식을 상·하위 개념으로 분류하며 자연스럽게 카테고리 언어를 배웠습니다.

맛 표현도 넓어졌습니다. “달다, 시다, 맵다, 쓰다, 새콤달콤하다”와 같은 형용사는 놀이 속에서 더 쉽게 각인되었습니다.

식당놀이에서는 가게 주인과 손님의 대화가 활발히 오갔습니다.

가게 주인: “어서 오세요. 물 드릴게요.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메뉴판 주세요. 짜장면과 짬뽕 주세요.”

요즘은 키오스크 주문도 많아 실제 식당에 가서 “무엇을 시킬까?” 대화를 나누고 직접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 경험은 준이에게 실질적인 사회적 언어를 익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확장 활동 책: 《다 콩이야》, 《갈치사이소》, 《시장 나들이》

음식과 시장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 놀이가 훨씬 풍성해집니다.

엄마: “책에서 갈치를 팔던 장면 기억나?”

준이: “네, 아저씨가 ‘갈치사이소’라고 했어요.”

엄마: “우리 (놀이) 식당에도 갈치를 메뉴에 넣어볼까?”

준이: “좋아요! 콩밥도 넣어요.”

3. 규칙 중심·시각적 놀이 – 편안하게 접근하는 언어 경험

다이아몬드 게임, 퍼즐 맞추기, 같은 그림 찾기, 틀린 그림 찾기 같은 놀이는 대화가 많지 않아 준이가 상대적으로 더 편안해하며 즐겼던 활동입니다.

이런 놀이는 주로 시각적 집중, 규칙 이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지만, 언어적 측면에서도 “여기에 맞춰야 해”, “이건 똑같아”, “틀린 곳을 찾았다” 같은 짧고 명료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합니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간단히 주고받는 언어가 준이에게는 오히려 자신감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