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의 공격에는 디커플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 기업의 공격에는 디커플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 닥친 위기.
대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점에 손님이 넘쳐나길 바랄 것입니다. 상점이 북적댈수록 매출도 올라갈 테니 말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로 미국에만 1,500개 지점을 보유한 ‘베스트 베이’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방문객들은 매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더니 텔레비전과 노트북의 바코드를 스캔했습니다.그러자 가격비교 앱은 단 몇 초 만에 아마존과 다른 온라인 판매업체에서 베스트바이 판매가보다 5~10% 저렴한 제품을 찾아냈습니다.
그들은 클릭 몇 번으로 온라인 구매를 마치고 제품 배송을 완료했습니다.
한 명, 또 한 명,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그렇게 떠나는 고객들을 베스트바이 직원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스트바이 잠재 고객들이 보인 행동은 ‘쇼루밍(showrooming)’입니다. 쇼루밍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 확인만 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실제 구매를 하는 쇼핑을 말합니다. 쇼루밍의 피해자는 월마트, 베드배스앤비욘드, 토이저러스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전시장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쇼루밍을 하는 이유는 온라인 업체의 저렴한 가격, 온라인 주문 전에 물건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 등으로 구입 불가능한 것을 들었습니다. 쇼루밍은 표면적으로 오프라인 소매점에만 해당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디어, 통신, 금융에서 운수업에 으르기까지 매우 많은 분야를 불안하게 만드는 디지털 디스럽션의 상징적 예입니다. 이런 식의 변화는 베스트바이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손실이 계속 이어지자, 베스트바이는 대담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베스트바이 매장 판매가를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들의 가격과 맞춰주는 최저가격보장 프로그램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러자 계속되던 판매 감소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전략은 아닙니다.
온라인 경쟁사들과 달리 베스트바이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직원을 고용하고 매장을 운영해야 했으며, 미국 전역에 걸쳐 재고관리에 신경 써야 했습니다. 온라인 업체에 비해 많은 비용이 지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객을 붙잡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업계에 불어닥친 혼란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파괴 현상에 숨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속한 업계에서 처음으로 파괴적 혼란이 고개를 쳐든다 해도 당신은 일반화된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체계적인 대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에게만 닥친 것 같은, 뭐가 뭔지 구별할 수 없었던 파괴의 위협을 온전히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따라서 관리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혼란과 파괴는 결국 그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2) 그렇다면 디커플링은 무엇인가.
시장 파괴자들이 기존 기업의 사업 일부를 정확히 어떻게 파괴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고객 가치사슬(CVC)이라는 기본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CVC는 ‘의사결정 과정’이라고도 합니다. CVC는 일반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해서 소비하기에 따르는 개별 단계로 구성됩니다.
CVC의 단계는 비즈니스나 산업 또는 제품의 세부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평면TV 구입을 위한 CVC에서 핵심 단계는 전자제품 매장 가기, 선택 가능한 제품 판단하기, 하나의 제품 선택하기, 구매하기, 집에서 TV 사용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분크림 같은 뷰티 제품이나 비디오게임도 가치사슬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비디오게임의 경우 게임 이용자들이 여러 게임을 비교하고 그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을 구매한 후 집에서 게임을 합니다.
전형적인 고객 가치사슬(CVC)은 ‘평가하기’‘선택하기’‘구매하기’‘소비하기’입니다.
예전에 고객은 이런 소비 활동 전체를 연결하거나 결합하는 형태로 하나의 회사와 끝냈습니다.
‘베스트바이’와 마찬가지로 뷰티 제품을 찾는 고객은 세포라 매장을 방문해 여러 향수를 테스트한 후 하나를 선택해 구매하고 사용하곤 했습니다. 게임 이용자 역시 일렉트로닉 아츠에서 만들고 판매하는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유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한 가지 관통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파괴자들은 CVC의 단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일부를 깨트린 후’ 그다음에는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나 또는 몇 개의 단계를 ‘훔쳐 가는’ 방식으로 위협을 가한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비교 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쇼핑객이 검색, 바코드 스캔, 사진 촬영을 통해 아마존 가격과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 고객은 선택과 구매 활동을 잇는 연결고리를 손쉽게 깨트릴 수 있었습니다. 제품 선택 단계는 베스트바이로, 제품 구매 단계는 아마존으로 분리된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버치박스는 뷰티 제품의 테스팅 단계와 선택, 구매 단계를 분리했습니다. 테스팅은 버치박스에서, 선택과 구매는 다른 소매점에서 하게 된 것입니다. 신생 게임 개발자들은 고객의 게임 플레이와 게임 구매 단계를 분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실상 신생 벤처 기업은 기존 기업이 예전부터 제공하던 CVC의 일부만을 도태시키고 그렇게 분리해 낸 일부를 중심으로 전체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신생 기업이라는 파괴자들은 고객이 행했던 일련의 활동들을 따로따로 떼어놓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경쟁에서는, 경쟁자가 성공한 기존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를 대체하려 하지만, 신생 기업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약간의 가치만 제공해도 그들을 훔쳐올 수 있는데 왜 모든 부분을 대체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기존 기업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신생 기업에게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 판매원, 생산 시설을 비롯해 여러 자산을 투자하려면 수십억 달러가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생 벤처 기업들은 기존의 베스트바이, 세포라, 일렉트로닉 아츠로 하여금 CVC의 몇몇 부분, 주로 대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을 계속해서 제공하게 남겨두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존 기업이 그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말은 아닙니다. CVC에서 핵심 단계 하나만 잃어도, 특히 그 단계가 수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단계라면 기존 기업은 파괴당하고 무너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