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경제의 ‘커플링’과 ‘디커플링’
[요즈음 ‘디커플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디커플링’에 대해서 많은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각 분야에서 디커플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군사적, 일상적 용어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시대의 변화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으로 대두된 ‘디커플링’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마케팅 전략 전문가인 탈레스 S. 테이세이라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혁신은 기술이나 제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가치사슬(CVS, Customer Value Chain)의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산업의 파괴를 촉진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라고 설명하면서, 기술의 진보는 고객의 가치사슬을 변화시켰고 새로운 고객 가치사슬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커플링’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 세계 경제의 ‘커플링’과 ‘디커플링’
(1) ‘커플링’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우리의 일상생활을 살펴봅시다.
중동에서 수입한 천연가스로 덥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미국산 면도날이나 면도기로 수염을 깎고, 미국제 젤을 바르며 머리를 손질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사의 상표가 붙은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시리얼로 아침을 때웁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 나무로 생산된 종이를 사용하여 만든 신문을 읽습니다.
중국제 옷과 구두로 복식을 갖추고 출근한 회사에서 한나절 근무가 끝나면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국밥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브라질에서 수입한 커피가 나른한 몸을 다시 일깨웁니다. 이렇게 우리의 하루는 외국의 상품 없이는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이제 세계는 문자 그대로 지구촌입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한 대부분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은 미국과 유럽의 수입 증가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개도국의 수출에는 빨간 불이 켜집니다.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다른 나라의 경제는 감기에 걸립니다. 고소득국가의 불황으로 인해서 저소득국가도 불황에 진입합니다.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급락하면 한국의 주가도 떨어집니다.
고소득국가의 경제 변동에 저소득국가의 경제도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同調化(커플링)입니다.
커플링은 국제무역과 자본이동을 통한 세계 경제의 통합에 따른 결과입니다. 국가 사이의 무역이 급증한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운송비용의 감소입니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대량 운송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해양 운송비용도 상당히 감소했습니다. 물류 이동에 새로운 기술이 접합된 결과입니다.
이와 함께 인터넷과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로 어느 나라의 임금이 저렴한지 어느 나라가 세금 혜택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 획득이 쉬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생산비용이 낮은 해외에서의 생산 활동이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낮은 생산비용으로 만들어진 상품은 낮은 운송비용에 힘입어 다시 본국으로 수입되거나 제3시장에서 판매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공산품의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철폐도 국제무역을 증대시킨 요인입니다. 아시아 개도국의 수출 확대정책과 동유럽의 무역 개방도 세계 무역량을 증대시켰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력의 국제 이동도 활발해지면서 개도국의 소득에도 튼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들의 해외송금은 고소득 국가의 상품을 구입하는 중요한 재원으로 충당되었습니다. 국가 사이의 경제적 연계를 현저하게 강화시킨 요인은 금융시장의 개방에 따른 자본시장의 통합입니다.
이제 자본시장은 한 나라의 금융시장 충격이 다른 나라의 경제로 연계되는 통로가 됩니다. 각국의 금융시장은 유동성 위축과 함께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대되었습니다. 금융시장의 충격은 무역 부문보다 그 규모가 크고 속도도 빠르게 전파됩니다.
(2) ‘디커플링’ (세계 경제의 탈동조화)
그러나 최근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발생한 수요 또는 공급 충격이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요인이 脫同調化(디커플링)이 가능하게 되었을까요?
첫째, 국내 수요의 증가에 따른 경제회복입니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신속한 경기회복은 1차적으로 정부의 금융 및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 큽니다. 그러나 정부의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복되는 경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성장의 엔진은 민간 부문의 수요 확대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경기회복은 미국과 유럽의 수입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부진을 대체할 내수의 증가가 뒷받침한 결과입니다.
둘째, 지역경제통합 결성에 따른 지역 내 무역의 증가입니다.
동아시아 지역 내의 무역구조는 일본과 동아시아 신흥공업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 원자재, 부품 및 중간재가 중국에 유입되어 최종재로 조립된 이후에 세계시장에 수출되는 형태입니다. 중국이 지역 내 다른 나라의 수출품을 흡수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고소득 국가의 경기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인 수요의 원천이 됩니다. 따라서 거대한 중국 시장으로 인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는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脫同調化 된 것입니다.
셋째, 금융 위기입니다.
2008년의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의 거대한 충격파는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핵심을 흔들었습니다.
2008년 9월 리먼의 파산 이후로부터 2009년 1분기까지 동아시아 지역의 주가는 폭락했고 각국의 통화는 대폭 평가절하 되었습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초기의 치명적 독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은 단기간에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2009년에 들어오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시장은 안정성을 되찾았습니다.
그 원인은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악성 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하지 않았고, 또한 1997~98년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들 국가들은 금융 체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향상되도록 금융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탈동조화는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동조화가 다시 발생(리커플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에는 고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충격이 국제무역과 자본이동의 통로를 통하여 나머지 국가들에 큰 충격을 주었으나, 저소득국가에서 발생한 사소한 충격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비대칭적인 연계에 따른 동조화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흥국가에서 발생한 생산위축이 고소득 국가에도 영햐을 미치는 상호 의존 상태에서의 동조화 추세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