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신뢰

캔자스시티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벌어진 참혹한 붕괴

by 권설아

1981년 7월 17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하얏트 리젠시 호텔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날 밤, 축제의 열기는 차가운 비명과 함께 참혹한 비극으로 뒤바뀌었다. 두 개의 구름다리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114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로 물든 잔해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이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무책임과 부실이 만들어낸 악몽이었다.


서둘러 완공된 저주받은 호텔: 과욕이 부른 재앙


1978년, 캔자스시티는 상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거대한 하얏트 리젠시 호텔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은 경제적 위기에 휩싸여 있었고, 건설업자들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건축은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오류들이 쌓여갔다.


철골 구조의 설계 검토는 통상 14일이 걸리지만, 호텔은 단 10일 만에 검토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강화된 구조재는 고려되지 않았고, 작업 문건에서는 하중 계산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건설 중에도 중앙 홀의 천장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엔지니어들은 이를 무시했다. 그들은 단지 시간을 아끼는 데만 집중했다.


축제의 열기 속에 드리운 어둠: 붕괴의 전조


1981년 7월 17일, 호텔의 1주년을 기념하는 티댄스 경연 대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150여 명의 사람들이 중앙 홀에 모여 있었고, 구름다리 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흥겹게 경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사이,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녁 7시 5분, 갑작스러운 금속성 굉음이 울리며 2층 구름다리가 아래로 20cm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이미 늦었다. 2층과 4층 구름다리는 연이어 무너져내리며, 그 위에 있던 사람들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덮쳤다. 즐거운 축제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비명과 혼돈 속에서: 절망적인 구조 작업


붕괴된 구름다리 아래에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떨었다. 사고 발생 12분 후,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상황은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수도 파이프가 터지며 분당 1,000리터의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생존자들은 익사할 위기에 처했다.


소방대장은 호텔 정문이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불도저로 정문을 부수어 물을 빼냈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 구조 활동은 너무도 더디게 진행되었다. 크레인과 착암기가 동원되었지만,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져갔다.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에야 마지막 생존자가 구조되었고, 그곳에는 차가운 시체들만이 남아 있었다.


붕괴의 진실: 무너진 구름다리의 치명적 결함


사고 직후, 호텔의 소유주와 건물주는 자체 조사를 시작했지만, 그 진실을 숨기기에는 너무 늦었다. 캔자스시티 시장은 독립적인 수사를 요청했고, 미 국립 표준국과 지역 신문사가 협력하여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구조공학자 웨인 G. 리시카는 설계 구조와 실제 건축물 간의 치명적인 차이를 발견했다. 바뀐 설계 구조는 호텔을 저주받은 건축물로 만들어버렸다. 원래 설계대로라면 구름다리는 벽돌 16장을 견딜 수 있었지만, 변경된 구조는 10장도 견디지 못했다. 이 사실이 폭로되자, 구름다리가 건축 규정에서 요구하는 내하력의 3분의 1밖에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처절한 후폭풍: 비극이 남긴 깊은 상처


이 참사의 책임으로 하얏트 리젠시 호텔의 엔지니어링 팀은 중과실로 면허를 잃었고, 호텔은 3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8개월 만에 호텔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곳은 더 이상 럭셔리한 호텔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 비극의 현장으로 남게 되었다.


이 사건은 건축 엔지니어들에게 경고를 남겼다. 작은 실수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교훈이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토목 학회는 구조 엔지니어가 제작자의 시공 도면을 철저히 검토할 책임을 지게 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우리에게 주는 경고: 부실공사의 위험과 안전의 중요성


캔자스시티 하얏트 리젠시 호텔 붕괴 참사는 부실공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서 무분별한 대안 설계 제안과 건축법 위반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은 건설은 언제든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건축물의 안전성을 철저히 지키고, 그 책임감을 강하게 가져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의 욕심과 부주의가 불러올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계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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