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우리를 초대한 까닭은

어느 밤 아랫배가 아팠다

by 새아

내부는 볕이 잘 들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설계한 집에 처음 발을 내디딘 B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자 3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전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곳은 생활하기에 어떠신가요?” B가 시설점검을 나온 공무원처럼 무턱대고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너무 살기 좋아요. 이런 공간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여자 3은 빙긋 웃으며 B에게 대답했다. B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가 가장 주안점에 둔 것은 일조권이고 자연 공간을 집 내부로 끌여들이기 위해 테라스를 돌출시켜 지그재그로 배치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에 대해서는 좀 한숨 돌리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을 거 같아.” 내가 말하자 B가 머쓱하게 웃었다.

여자 3은 B를 따라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집 구경을 천천히 시켜드릴게요. 남편 퇴근도 아직이고요.”

그녀는 집을 찬찬히 보여주며 집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B가 의도했던 대로 테라스는 자연을 즐기는 공간으로 작은 텃밭 가꾸고 외부에 식탁을 놓아 개인 정원과 같이 활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 남편의 동료들이 아랫집, 윗집에 거주하고 있는데, 각자의 테라스에 나와 매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한다.

여자 3의 남편이 돌아오자 식사를 시작했다. 날이 저물자 바깥의 정원과 어우러진 자연 풍경이 주광색의 조명들에 밝혀져 운치 있게 보였다.

“이런 연구소에 들어오게 된 것은 행운이에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구소에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매우 아름답고요. 큰 규모의 사찰이나 성지에 와있는 느낌이 들어요.” 여자 3의 남편은 B에게 연구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의도한 대로 연구소가 조성될 수 있어서 저희도 큰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저희 회사의 대표작이 되었고, 다음 프로젝트를 맡기에도 훨씬 수월해졌어요.” B는 부부의 잇따른 칭찬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는지 밝은 표정으로 식사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두 분은 여기에서 살게 된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여자 3의 남편이 B와 나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글쎄요. 살게 될 기회가 있을까요. 이곳은 저의 이상을 담은 공간이라 이곳에서 살게 된다면 매우 만족할 것 같아요. 물론 A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요.”

“이곳 자체는 좋지만, 도심에서 동떨어져 있어 생활하기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군요. A 씨는 반대하시는 건가요?” 그는 나를 쳐다보며 다시 되물었고 그의 물음은 마치 나에게 찬성을 강요하는 것처럼 강압적으로 느껴졌다.

“짧은 기간 동안만이라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저의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고요.”

“그렇죠. 무엇보다 A 씨의 건강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B 씨는 주로 서울에서 미팅을 하시니 여기에서 거주하는 건 불편함이 있으실까요?”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팅이 많지 않은 때에는, 이곳에서 통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혹시 어떤 필요가 있으실까요? 저희가 이 연구소에서 거주해야 할 이유요.” B는 단도직입적으로 여자 3의 남편에게 물었다.

“두 분만 동의하신다면 여기에 거주하시면서 저희 연구에 도움을 주셨으면 어떨까 합니다. 무성화 관련해서요. 기간은 어떤 성취가 생길 때까지이지만, 사실 그건 두 분이 결정하시기 나름이죠. A 씨가 도움을 주시든 아니든 저희는 연구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나가야 하니까요.”

여자 3의 남편도 돌려 말하는 것 없이 요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 것도 구체적인 목적에 따른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을 보류했고, 우리가 생활한 집을 먼저 볼 수 있는 지와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이 있을지를 물었다. 여자 3의 남편은 자세한 건 확인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여자 3의 남편이 일하는 연구실을 구경했다. 그는 무성화 관련 프로젝트의 센터장으로 임명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의 개인 연구실 옆에는 커다란 장치가 설치 중에 있었다. 여자 3의 남편은 그 기계에 대해 아직 밝힐 수 없는 용도라고 설명했지만, 그것이 완성된다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성화 문제의 돌파구를 발견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들 부부를 만나고 며칠 뒤, 여자 3에게 또다시 연락이 왔다. 그녀는 우리가 P시의 연구 사택에 입주하게 된다면 거주비용은 들지 않을 거라고 했으며, 별도의 보상은 없지만 무성화와 관련된 치료 비용 또한 그들 연구소가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사택 이용 기간은 미리 정하지 않고 우리가 연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곳을 떠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몇 주 뒤 주말, B와 나는 우리가 입주할 사택을 둘러보러 다시 연구단지를 방문했다. B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집의 구조는 여자 3의 집과 다름이 없었다. 우리는 B가 설계에 참여한 서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즉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 계획은 3개월 동안만이었다.

여자 3의 남편이 나를 중요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까닭은 내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임신 경험이 없는 유병자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