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회사에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부서장과 트러블도 있었고, 내년도 승진과 조직개편에서도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부서장이 교체되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퇴사를 하면서 저의 처지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런 변화는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는데 어찌어찌 1년을 잘 버텨온 거 같습니다.
정말 버틴다는 말이 와닿는 순간들을 지내고 있고 늘 퇴직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갖고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21년을 회사에 충성한 대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차갑고 냉정하게 떠밀려 나는 느낌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출근길에 그동안 지나온 길을 떠올리며 한동안 많이 울었습니다.
남자가 흘리면 안 되는 것 중에 눈물도 있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울지 않겠다고 입술을 깨문다고 눈물이 안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회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서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 날이 수없이 많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 삶에서 저는 없었습니다.
회사에 조직원으로, 가족에 아빠로, 남편으로, 아들로, 사위로만 살았습니다.
이것도 글쓰기가 만들어낸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를 자꾸 알게 됩니다.
염치없게도 저 깊숙이 숨어만 지내던 저를 자꾸 꺼내고 있습니다.
한창 돈을 많이 벌어야 되는 시기의 아빠인데 이기적으로 자신을 자꾸 드러냅니다.
제 안에서 지금 삶은 네 삶이 아니라고 외쳐 됩니다.
현실과 비현실에서의 괴리가 저를 울게 하는 거 같습니다.
아내에게는 회사에서 제 상황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걱정할 게 뻔하거든요.
얘기를 한다고 달라질 건 없고 걱정만 나누는 거라 생각되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얘기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내년의 승진도 조직개편도 아내가 알게 될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어제 용기 내어 아내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들을까 봐 차로 갔습니다.
내 얘기를 조용히 듣더니 한참을 말을 하지 않습니다.
10분 정도 정적이 흐르다 아내가 말을 꺼냅니다.
"여보~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겠다!"
그 말이 제 귀에 닿자 눈에서 물이 흘러내립니다.
남자는 울면 안 되나요?
아내 위로에 우는 건 괜찮지 않나요?
지금껏 잘 버텼고 잘 이겨내 왔으니 오늘만 조금 울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