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봄날 / 한수남

by 한수남


나 더 이상 젊지 않거니

나른 나른 처지는 봄날

꽃 피어도 꽃이 져도 무심하여라


지나가는 젊은 애들은 사랑을 시작하느라

짧은 치마를 입었구나

꼭 잡은 두 손이 발갛구나


- 누구나 한때는 꽃잎처럼

붉은 입술을 가졌다네


나는 흘러간 노래만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잊었다고

잊어버렸다고 원망하는 노래만 부르고


시치미 떼며

꽃잎으로 날개를 달고 싶은 속마음

시치미 떼며


- 누구나 한때는 꽃잎처럼

붉은 입술을 가졌다네


무심한 봄날

아련한 봄날

나 더 이상 젊지 않거니


저 뿌연 꽃가루에 마음을 싣고

둥둥 떠다니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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