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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꽃구경 / 한수남

by 한수남


아가,

저 꽃들이 나를 숨막히게 하는구나


여리고 고운 이파리 하늘 하늘

내 속살도 저리 연분홍 빛일 때가 있었어야

수줍어 눈도 못 뜨고

발갛게 달아오르던 때 있었어야


바람 한 번에 우수수 지고 마는

이 꽃천지, 이 별천지.


아가,

쉬었다 가자

니 아부지 가신 길이 저런 길이 아닐까

한세상 고단하게 살아내신 양반

꽃길 길어 훨훨

고개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어야

참말로 순간이고 말았어야


마음은 둥둥 떠오르는데

다리는 천근 만근 가라앉누나

더 오지 마라네

이제 그만 내려가라네


아가, 한숨 쉬지 말아라

네가 바로 저 분홍 꽃잎이고

꽃 지고 난 자리에 돋아나는

푸른 이파리인 것을


지금은 모르는 게야,

청춘은 짧고

짧아서 저리도 아름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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