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간 백일장, 학교 대표들이 시를 썼지.
나는 최선을 다해 말을 꾸며대었지.
오후에 바로 열린 시상식, 대상은 학교 후배였지만
그애는 일찌감치 집에 가버렸고, 난 대리수상자가 되었지.
벌건 얼굴로 상장을 받고 박수를 받고 사진까지
찍혔지. 심사위원은 내 머리를 자꾸 쓰다듬었지.
내용은 대충 이런 내용
'놀다가 / 늦게 들어가니 / 엄마 주름살이 /
한 개 더 늘어 있었다.'
아이다운 순수함이 살아있다고 심사위원은 칭찬을
남발했지. 난 그만 화가 나서 뛰쳐나오고 말았지.
자기 이름은 절대 안 불릴 줄 알고 가버렸다던
그 후배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일을 기억이나 할까?
대리 수상 따위는 없어졌으면 해.
아이에게 못할 일을 시키는 선생님도 반성해야 해.
무엇보다 자기가 쓴 글은 자기가 책임을 졌으면 해.
아이든, 어른이든, 저작권은 지켜져야 하니까.
아이들에게도 저작권 교육을 철저히 시켰으면 좋겠다.
자기 글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