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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월 Aug 19. 2024

아, 가을

가을의 고독함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서산으로 들어가며 석양이 지는데 반짝이는 빛과 함께 어두운 밤의 세상에 빛나는 별들과 함께 하늘을 날거나 자유 낙하하는 게 내 오랜 꿈

이 말은 정확히 언제 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피폐했을 때 쓴 글이란 것은 확실하다. 당시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기도했고, 자신의 죽음을 미화시키고 싶었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난다. 죽음을 미화시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겠지만 죽음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일지라도 그 속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으리라.

또, 이런 글귀가 있다.

망자들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럼,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현실을 부정하는 뜻도 있지만 그 현실을 살고 싶지 않고 죽고 싶다는 뜻도 되지 않을까.

지금 와서야 이 글귀에 대한 해명을 하라고 해도 나조차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한데, 망자들은 이승의 과거에 머물러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망자의 습성과도 유사하기에 이미 죽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과도 같다고 그 당시 나는 생각했던 것 같다.  

철근이 가슴을 관통한 것 같은 기분은 많이 느껴본 적 있어. 하지만, 그 감정이 슬픔인지 뭔지 모르겠어.

라는 글귀도 있다.  

확실히 나는 그런 기분을 정신적으로 피폐했을 때 많이 느껴 보았다. 지금은 다행이라고 할까 그런 기분이 전혀 들지 않지만 지금이라면 그 기분에 대해서 정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철근이 가슴을 관통하는 것 같은 기분은 통곡의 기분이다.  

망상과 열등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나한테는 꽤나 충격적이고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단어였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나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라는 글귀도 남겼다.

동시에 이러한 글귀도 남겼는데,

나는 열등에 관한 모든 것들이 모여진 단백질 덩어리이다.

열등과 우울은 내가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 입시에 관한 것들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낄 시간조차 없다. 그렇다 보니 나는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이리라.

사실 열등과 우울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어떠한 이름 모를 감정도 글을 쓸 때 원동력이 될 만큼 그 정도가 컸지만 지금은 잔향만 남긴 채라서 그것으로 어떤 글을 쓰기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무서운 이유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야. 내 눈에는 안 보이지만 확실히 존재한다고 딱 정의를 내리는 순간 오는 충격은 이루어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무엇이 나의 모든 순간들을 하나 하나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무엇이 나의 모든 것 하나 하나를 소중하게 대할 수 있을까. 돌은 모든 것을 보고 기억하고, 별은 생명에게 숨을 불어 넣어 주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 아닌가.

죽음을 동경하는 게 아니라 과거를 동경하고 있는 거야.

망자들은 과거에 어쩔 수 없이 머무르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뿐이지만 생자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똑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 하는 게 참 아이러니 하지 않니?

아무런 잘못이 없다곤 하나 먼지는 누구에게나 있기에 부끄럼 없이 하늘을 치켜 올려다 보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수많은 무표정의 군중들 앞에서 기악 따위의 재주를 부리는 일이 부끄럽듯이 아무런 연이 없는 그저 자신에게 행인일 뿐인 사람들 곁에서 부끄럼 없이 하늘을 우러러 보는 일 또한 그렇습니다.

반성과 후회를 반복하던 그대를 생각하며······. 누군가를 안타까워할 겨를도 없을 텐데.

그대에게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겠지만 나에게는 과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입니다.

라든가 그 외에도 많은 글귀들이 있지만 다 쓰기에는 많기 때문에 나는 한 줄로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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