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with you.
조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난지 어느덧 1년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다. 삼월 말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은 사월인 지금 만개해서 온 동네에 꽃잎이 내려앉고 있다. 미치루와 재회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생각해 보니 이제 미치루라는 이름은 필요 없어졌다. 하지만, 미치루는 이게 편하다며 계속해서 일본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 나도 미치루의 말에 따라서 그냥 스즈에라고 불러도 좋다고 하니 만족한 표정으로 헤헤 하고 웃어 보였다. 미치루는 처음에 만났던 모습 그대로였다. 흑발에 긴 머리카락과 긴 눈매, 삼백안, 장난스럽지만 그렇다고 철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그 나이에 맞는, 젊음 그 자체였다. 미치루의 건강은 다행히 예전과 같지는 않았고 많이 호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벚나무 아래를 지나가는 미치루에게 말했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너보다 내가 명줄이 짧다니까.”
미치루가 저기 멀리서 빙그르르 무희처럼 돌았다. 그러자 미치루가 입고 있던 흰색 롱스커트의 자락이 하늘하늘 휘날렸다. 그 순간, 봄바람이 불어와 벚나무에 있던 벚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치루와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동시에 “예쁘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그게 우스워서 마치 옛날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서로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아마도 앳된 소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으리라.
나는 그리 생각하고 “역시 친구를 잘 사귀었어야 했어.” 하고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니 미치루가 되물었지만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넘어갔다.
나는 앞서 가는 미치루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영이야!”
미치루는 앞서 가다가 나의 외침에 흠칫해서는 뒤를 돌아본 채 소리 질렀다.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그럼 너도 내 진짜 이름 불러줘!”
“하, 진짜 귀찮게.”
“···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