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극심하게 찾아온 고등학교 시절 때의 기록
이맘 때쯤 되면 항상 기분이 저기 밑바닥까지 하락하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인지, 최근에 쓸데없이 울적한 일이 많아지고 자신이 무기력해져 가는 걸 느끼고 있어.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마치 향수라도 불러 일으키듯이 살아나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자신과 맹세까지 나눴던 일을 반복해 버렸어. 그리고 또, 다시는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지만 이렇게 또 혼자서 감정에 휩쓸려 줄줄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 어쩌면, 자신과 그런 약속을 했던 내가 바보였을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내 자신을 믿고 있었던 사실은 분명해. 그건 틀림없을 거야.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바다 속에서 헤매이고 심해 속에서 표류를 당하고 있는 듯한 이 기분은, 이 마음에 형태가 있다면, 건드리게 되는 순간, 아니, 슬쩍만 스쳐 지나가도 불에 타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말 거야. 숨을 쉴 때마다 온몸의 근육들이 저릿할 뿐만 아니라 뼈까지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것처럼 시린 기분, 허파는 터져버릴 듯이 고통스럽고, 피부 곳곳을 데인 듯이 화상을 입은 느낌이 드는, 이 기분은 그저 고통스럽다는 말로 끝낼 수가 없어. 이 기분은, 이 감정은 이루어 형용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어. 아아, 자기 자신을 지옥 같은 상황으로 몰아가게 만든 대가가 이리도 클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럽고 복잡하기만 할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까지 포기할 것만 같아. 이런 정신적인 일에 내 자신이 굴복하고 복종하고 지배 당하는 느낌, 이것이 정말 바보같은 일인 것을 알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자신, 스스로가 구제불능이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믿고,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어서 가장 답답한 사람은 바로 나야. 이런 정신적인 강박과 고통이 눈에 보이기라도 했다면 씩씩하게 맞써 싸울 수 있었을까. 그렇게 하지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그것을 피하려고 노력은 했을 거야. 감기 걸리듯이 자신의 약점, 빈틈이라도 보여 방심을 하게 되면 찾아오는 이 마음의 병이, 나는 솔직히 말해서 내게 있는 것인지조차 몰라. 그저, 오로지, 내가 나태해서, 무기력해서, 정신력이나 신체적인 기능이 약해서, 제 할 일을 미뤄서, 안 해서, 밥을 제때 챙겨먹지 않아서,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아서, 틈만 날 때마다 이불 속에 틀어 박혀서 누워 있어서, 영양가 있는 음식이 아니라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어서, 예민해서, 낯을 많이 가려서, 사회적이지 못해서, 만만해서, 잘 울어서, 감정기복이 심해서, 장이 안 좋아서, 소식을 해서, 하루종일 휴대폰만 눈 뚫어지도록 하릴없이 만지작거리다가 시력이 안 좋아져서, 이성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이라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노력을 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기만 해서, 타인들에게 차갑게 대해서, 혹은 자신이 바보 마냥 살갑게 대해서, 과제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숙제를 다 하지 못해서, 누군가를 상처 입혀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있어서, 자신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자신이 우울하고 어두워서,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지도 주지도 못해서, 학업 성적이 안 좋아서, 내게서 안 좋은 냄새가 나서, 말투나 목소리가 취향이 아니라서, 나쁠 자신이 없어서, 괜찮은 사람인 척 하려고 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워 지려고 해서, 약속을 잘 안 지켜서, 어딘가 어리숙해 보여서, 현실과 현재를 바라보지 못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만 갇혀 살아서, 예의가 없어서, 신중하지 못해서, 현명하지 못해서, 걸음걸이가 빨라서, 사람을 착각해서, 집중을 잘 못해서, 남과 자신을 비교해서, 눈치가 없어서, 의지가 없어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그림을 잘 못 그렸어서, 글을 잘 못 썼어서, 어중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나 혼자 착각해서, 오해해서, 과대망상을 해서, 피해망상을 해서,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에게 확신이 없어서, 자신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아서, 대충 자신을 포장시켜서 그것이 실제 자신인 양 연기해서, 기만해서, 자만해서, 진실로 겸손하지 못 해서, 박자를 놓쳐 못 따라잡아서, 자신만이 과거에 홀로 남겨진 채 경쟁에서 뒤쳐져서, 죽는 게 편하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서,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해서, 가까이 있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고마움과 감사함을 잊고 살아가서, 자신이 어리석어서, 이런 글만 써서, 남들에게 괜히 자신에 대한 기대를 심어서, 성실하지 못해서,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어서, 변명만 하려고 해서, 사랑과 온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어리광 부리고 싶어서,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울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후회하고 싶지 않은 욕심을 가지고 있어서, 실은 살고 싶어서,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모님 두 분 다 그런 평범한 삶을 살게 해주신 것에 대한 은혜를 몰라 뵈어서, 책임감이 없어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건지 의심이 되어서,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자신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건지 의심이 들어서, 자신 때문에 경제적인 손실을 입는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이런 멍청한 생각만 하고 살아가서, 진실되지 못해서, 과거에만 연연하고 앞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아서,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려고 해서,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해서,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게 버릇이 돼서,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인정 받고 싶어서, 관심을 받고 싶어서, 좋은 말을 듣고 싶어서, 사실은 위로의 말을 해주길 바라고 있어서, 솔직하지 못해서, 엄살만 심해서, 입만 살아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살아서, 함부로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렸어서, 이런 나의 사소한 말까지 그저 들어줄 사람을 원해서, 경제 관념이 없어서, 이기적이라서, 사진을 잘 못 찍어서, 연락을 받지 않아서, 거짓말을 해서, 항상 멍하게 살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가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미안해서, 죄송해서, 겨울에는 봄이 오길 바라고 여름에는 겨울이 오길 바라고 가을에는 지나간 여름이 다시 오길 바라고 봄에는 다가올 여름을 바라고 있어서, 돈을 막 써서, 누군가의 수고를 자각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만 있었어서, 모든 것을 편하고 쉽게 하려고 해서, 이해력이 부족해서, 누군가의 탓만 하고 살아서,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했어서, 열등감만 심해서, 자신의 상처를 방치하고 있어서, 있지도 않은 신을 원망하고 갈망해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어서, 누군가를 흉내내고 있어서, 겉멋만 부리려고 해서, 그렇게 비호감 인간이 되어가서, 우연의 일치를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서, 이 세상을 마치 가상 세계인 것 마냥 살아가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서, 자연, 재화, 환경을 아끼지 않아서, 머리가 좋지 않아서, 욕심이 많아서, 실수를 많이 저질러서, 인사를 잘 하지 못해서, 손재주가 없어서, 외로워서, 그리워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 온실 속 화초라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해서, 독하지 않아서, 물러 터지기만 해서, 단순해서, 우유부단해서,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아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해서, 자신을 비관하기만 해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해서, 합법적이지 않은 일을 방치하고 있어서, 아무런 힘이 없어서, 지독한 연고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져 있어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도 사랑을 배풀지 못해서, 막무가내라서, 제멋대로라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 누군가를 미워해서, 선을 그어버려서, 걱정만 끼쳐서, 청결하지 못해서, 건전하지 못해서, 순수하지 못해서, 날이 어두워지고 밝아오는 순간이 싫어서, 변화가 두려워서, 미래를 두려워해서, 자신이 미덥지 못해서, 촌스러워서, 제대로 사랑을 하지 못해서, 감사하지 않아서, 감성적인 것을 좋아해서, 예술을 사랑해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키가 작아서, 예쁘지 않아서, 기시감을 겪어서, 중요한 건 깨닫지 못해서,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느껴서, 차를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무엇 하나에 진심과 정성을 다하지 않아서, 남에게 욕을 해서, 떳떳하지 못해서, 어릴 적 내가 바라고 있던 사람으로 되고 있지 않아서, 뭘 하든 서툴러서,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존적이어서, 살려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해서, 포기할 용기조차 없어서, 괜한 오지랖을 부려서, 여러모로 인정하지 않아서, 긍정을 하지 않고 부정을 해서, 노래를 못 불러서, 춤을 잘 추지 못해서, 시를 잘 못 써서, 늘 자아 도취에 빠지곤 해서, 자기 과시만 해서, 자기 연민에 빠져서 자기 혐오를 해서, 자기합리화를 해서, 글을 잘 읽지 못해서, 게으르지만 완벽주의를 추구하려고 해서, 내 옆에 있어주는 주변인들을 상상의 인물이라고 착각해서, 이 세상이 거짓 같다고 느껴서, 의심과 경계를 너무 심하게 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서, 비판만 하려고 해서, 남들의 단점으로 자신감을 올리려고 해서, 자원을 막 써버려서, 그만큼 사랑을 받고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 머무름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을 느끼고 예전처럼 더 많은 애정을 주길 바라고 있어서, 누군가와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서, 빛을 거부하고 어둠에 익숙해져서, 그럼에도 빛을 갈망해서, 희망을 시시한 것이라고 여겨서, 그럼에도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을 절망하고 있어서, 혼자가 익숙해서, 그럼에도 말동무를 필요로 해서, 막상 말동무가 생기면 말이 너무 많아져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어서,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질 않아서, 혼자만 간직하길 원해서, 그럼에도 언젠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안아주길 바라고 있어서, 사실은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잘 버텨주고 힘내줬구나. 정말 고생 많았고 수고했어. 앞으로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웃는 모습이 좋아.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다 괜찮을 거야, 분명. 무슨 일이 있어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네게 의미없는 기대나 대가를 바라지 않을게. 그저 네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너무 고마운 일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고, 언젠가는 들을 수 있길 바라고 있어서, 칭찬을 받거나 듣는 것은 어색하지만 자신이 별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칭찬을 받고 싶어서, 언젠가 자신이 꽃다발을 받기를 바라고 있어서, 멀쩡한데 너무 멀쩡해서 때론 아프고 싶을 때가 있어서, 사소한 일이나 아무것도 아닌 일에 반응하고 의미 부여를 해버려서, 누군가 나를 쓰다듬어 주길 바라고 있어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죽음을 바라고 있어서, 누군가를 만나서 사귀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혼자서 저기 멀리 훌쩍 떠나고 싶어서, 때론 이 세상이 질려서 살기 싫어져서, 언젠가는 새치가 생기고 자신이 지나온 길고 긴 세월을 곱씹어 보고 싶어서, 그렇게 따스한 햇빛 아래서 눈을 감고 싶어서, 자신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길 원해서, 더 이상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지 않더라도 이 세상 이곳 저곳을 가보고 더 많은 것들과 만나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서, 자신이 원하는 게 있어서, 글을 쓰고, 책을 엮어서 내보기도 하고 싶어서, 그때쯤 되면 지금과 몰라 보게 다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비록 어릴 때 내가 바라고 기대했던 모습으로 되지 못했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있기에, 게다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삶의 윤활제이자 황금기인, 청춘이라는 이름의 젊음이라는 선물이 남아 있으니까. 설령, 현재 자신이 원했던 자신이 되었지 않았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나도, 그저 자기 자신이 이 세상에 언젠가 운명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 보고 느끼고 배웠으면 좋겠어.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더라도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또 다른 자신이 언젠가 손을 잡아주길 원해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이렇게까지 썼는데도 아직도 저기 깊은 곳에 있는 불안감 때문에 그것은 애써 바라지 않을게. 응,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 사실은 이 감정이 완전히 다 풀려질 때까지 이대로 이 일을 행하고 싶지만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고 정말로 잠에 들어버릴 것 같아. 그렇게 되기 싫지만, 역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이 상태로서는 불가능할 것 같아. 아니, 정확히는 불가능이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내키지 않아. 이상한,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제 할 일을 하는 것은 괴리감이 들어. 핑계를 대고 있는 게 틀림없지만, 괜찮지 않은 것도 틀림없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이와중에 의심이 들어. 과연, 내가 괜찮긴 한 걸까 라는 의심보단 내가 과연 힘든 걸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야. 사실, 이 생각은 늘 하고 살아. 그래서 일부러 힘들다는 약해빠진 소리는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무심코 내뱉게 되는 것 같아. 어쨌든, 내가 정말 힘든 건지 의심을 하다 보면 자신이 한없이 구제불능인 인간으로 보여.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고 이럴 바에는 왜 사느냐는 새로운 의문이 들기 시작해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돼. 그럴 때마다 자기 자신의 숨통을 끊어내주고 싶어서 약이 올랐어. 또, 그런 자신을 또 다른 자신이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또 다른 의심을 하고 또 다른 자책을 하게 되어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돼. 하지만, 공교롭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는 말뿐이었어. 그런 또 다른 자신을 또다시 다른 자신이 위에서 내려다 보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돼 헛웃음이 나오곤 해. 그런 자신들을 의식하는 순간은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야.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고 반복되다 보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고 삶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와 번민에, 속된 말로, 쓸데없는 잡념에 허우적대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자신이 사라지고 죽어가는 것을 몇 번이고 봐 왔어. 과장된 말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행위들을 함으로써 자신을 엄청나게 깎아 내리고 있었던 거야. 그 기분은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죽고 싶지만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게 하는 무엇인가, 아마도 나는 그것조차 자신일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넓은 범위로 봤을 때는 자신이겠지만 범위를 좁혀 보면 자신과 연결된 수많은 인연들이 자신과 엮여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 어쨌든, 그것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어. 마치 죄를 지었기에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버리게 돼서 저항하지 않고, 애초에 피할 수도 없고, 당하는 거야. 아아, 이런 글조차 나에 대한 오해와 착각을 만들어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어. 안 그래도 힘든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버릇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을 항상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이 행위를 하고 있는 이유가,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뭘까. 이렇게까지 이틀 동안, 아니, 혹은 더 길수도 있는, 긴 글을 쓰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을 기뻐해야 할 지, 새로운 불행을 낳을 무엇인가로 봐야 할 지 모르겠어서 또 불안해져. 분명 이것은 병이겠지. 이렇게까지 말을 했다면 내가 힘든 게 맞는 걸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이 글을 훑어보기만 했는데도 힘이 빠져. 분명, 이것 저것 주마등처럼, 반복적인 형태의 문장들을 나열하면서 나는 거짓말이라곤 단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것들은 내 진심이였고 본심이었을 테야. 하지만, 왜 이리 하염없이 초라해 보이기만 하는 걸까. 처음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었다가 점점 갈수록 긍정적인 말들로 바뀌었지만 다시 점점 부정적인 말들로 바뀌어 또 긍정적인 말들로 바뀌고를 반복했지만, 그러니까, 부정적인 말만 있었던 게 아니라 긍정적인 말도 있었다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긍정적인 말을 한 것을 후회하게 돼버려. 제일 싫어하는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말들을 내뱉은, 그런 불안한 느낌이었어. 요컨대, 이 글을 또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이해 해달라는 보증서로 작용을 해버릴까봐 무서웠어. 하지만, 그럴 일은 아마도 없을 거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노출되지 않으면 그만이거든. 악을 써서 이 글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자신이 이 글의 존재를 밝혔다면. 그나저나, 그 사람은 내게 무척 화난 것처럼 보여. 솔직히 이건 걱정을 넘어선 집착이야. 어째서 그렇게 필사적인 걸까. 아아, 그녀는 정말로 투철한 교육자 정신을 가진, 잘난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런 걸까. 자신도 물론 분명한 잘못이 있고 그녀에게 빚을 지고 있어, 그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고 있어. 하지만, 그녀 자신 멋대로 나를 판단하고 믿어버린 건, 아아, 그것조차 내 잘못이다, 사람을 오해하게 만든 건 분명 내 책임일 터, 그러나, 그녀는 유독 별난 사람이라서, 그녀가 좀 더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졌더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이 글에 그녀의 언급을 안 했을 터인 것도 틀림없어. 그러고 보니,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왜 나는 항상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말'을 듣는 것일까. 물론, 그런 말을 한 사람들 중 자신이 증오하고 있지 않았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게 자신이 증오했고 증오한 사람들이 내게 이런 말을 했었어. "널 볼 때마다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말이지만, 아, 아까 언급했던 그녀도 이 말을 한 사람에 포함된다, 어째서인지 역겨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래, 그 사람들은 포장된, 겉모습으로만 보이는, 앞에서만 보이는 내 모습만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어. 처음에는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제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내 착각이 더불어져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로 바뀌었어. 이 이야기가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아서 허구의 이야기라고 믿어도 상관없지만, 그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대의 나이가 어리든, 많든 간에, 실례가 될 것이라는 느낌은 올 것이 아닌가.
널 볼 때마다 꼭 나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은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내게 던진 말이라고 해도, 차라리 그랬다면 좋겠는게, 진심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순간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 되어버리므로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역겨움이 느껴지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이 거슬리는 이유가 실제 본인은, 자신은 그런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이런 내게 그런 말을 하게 되면, 자칫 그들도 나 같은 이런 쓸데없는 잡념에 집착해본 적이 있다고 나는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건,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것, 그들이 한 말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 그 이유는 그들 자신 스스로 나를 '볼 때마다' 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야. 애초에 그들은 겉으로만 보이는 나를, 보이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뿐이기에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응, 그리고, 때론 도망치고 모든 연락을 다 끊고 모든 것이 싫증이 나서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때가 나한테도 있으니 이해 해달라는 말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 따라 날은 유난히 차고 나를 찾는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 건지. 너무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 가족한테서 오는 연락이 아니면 연락을 받고 있지 않고 있어. 솔직히, 가능하다면 가족들한테 연락도 받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이제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 줘도 되잖아. 거의 폐인인 상태인 지금의 나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걱정하고 화도 많이 났을 거란 걸, 지금 이 순간에도 신뢰의 관계가 깨져서 이 후에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하지 않은 채, 이런 당연한 사실들을 깨닫고 있지만, 굳이 이래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어. 일단,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도 않고 지금은 남을 신경 쓸 여유라곤 전혀 없고 나는 거의 다 죽어가는 심정이기에 마치 죽음을 직감한 고양이처럼 잠적을 감추는 거야. 실종되었다고 생각해주는 편이 차라리 좋을련만,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하곤 해.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지금 곧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다짐을 한 인간의 심정이 되어버려서, 그 어떠한 처벌과 그 어떠한 일에 반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무뎌져가고 있어.
아아, 자꾸만 이런 감정이 들면 들수록, 이런 잡념이 들면 들수록 강박으로 바뀌어, 예전부터 우려해 왔던 만약의 일이 현실로 되어가는 것을 느껴. 자신이 정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 상상은 점점 획일화 되어 가고 있어. 입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을 복용하게 될 것만 같고 그래. 하지만, 그게 결코 나쁜 일이 아니고, 잘못된 일이 아님을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정말로 내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거고, 부모님의 억장이 무너질 만큼의 충격을 주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또 우울해져.
그러나, 이건 장난이나 농담이 아니야. 진심이지. 오죽했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해보겠어. 실은 우스겟소리를 하듯이 가족이나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봤지만 당연히 진지하게 들은 이는 없었을 거야.
나는 정말로 이러다가 내가 언제 확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다고 직감적으로 그 위협을 느꼈어.
계속해서 언급을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못한 게 있어. 사실, 나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 겁이 나서 조금씩 했지만, 저지르고 나서 다시는 안 하겠다는 맹세를 하지만, 잊을 만 하면 그것이 상기되고 충동이 들어서 해버리곤 해.
제정신이 아닌 거겠지, 분명. 나는 병들어 있고 지쳐 있고 정상이 아닌 거겠지.
정말 이대로 가다간 겉모습으로라도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정상인인 척도 못하게 되어서 일상 생활에 지금보다 더 악영향을 주고 사회 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게 될 게 뻔해 보여서, 앞에서 말을 했던 그런 염려를 각오해두고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금전적인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게 될 시 정신과 진료를 희망하고 있어. 나는 그 정도로 간절해.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이라도 좋으니, 강제 입원을 시켜도 좋으니, 득달같이 달려가서 진료나 상담을 받고 싶지만, 여기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만 같고, 나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정말 아무것도 감당을 못하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게다가 그럴 여유라곤 아예 없어서, 기회 따위 없으니 어떻게 해서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내 나름대로 애쓰긴 해볼 거야.
그리고 자신에게 늘 주문을 거는 거야. 너는 정상이라고. 사실, 이건 덕담을 내포한 주문이 아니야.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그 뒤의 말은 아픈 척 하지 마. 넌 멀쩡한데 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니. 라는 말이 오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 또한 자신을 더욱 더 처절하고 처참하고 절망을 느끼게끔 함으로써 차라리 너 같은 건 죽어버려. 라는 저주의 말을 내포하고 있어.
하, 이런 말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입으로 표현하기 힘든 말들을, 사실, 말할 힘조차 내게는 지금 남지 않았다, 이렇게 타자기와 가상의 종이를 이용함으로써 갑자기 곪아있던 상처가 산산조각 나듯이 터져버려 그 어떠한 거즈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의 피가 흘러 나오는 것을 말로 표현하고 있는 거야.
사실, 발걸음을 옮길 힘조차 없어. 이건 마치, 몸살이 난 것만 같아. 하지만, 몸은 보다시피 멀쩡해. 애석하게도 지금 내 머리와는 다르게 몸뚱어리는 바보같이 멀쩡해. 차라리 이 아픔이 정신적인 게 아니라 육체적인 아픔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시 몰라, 만일 그런다면 내 인생은 뭔가 달라질지.
아니, 그건 너무 어리석은 생각인가, 바보같은 생각이겠지, 정신력이 이렇게 약한데 육체적인 아픔을 어찌 버티겠어. 그래, 이 말이 맞는 거겠지.
아, 어느 문단의 이야기를 덧붙여서, 최근에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정말로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 들어. 그래, 어찌 보면 차라리 이 편이 나을지도.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는 분명 자살 시도까지 할 것만 같아. 정말로 홧김에 죽어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죽을 용기조차 내게는 없을 거야, 아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두는 편이 좋으려나. 아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걸 깨달으니 더 미쳐버려서 제정신이 아니게 될 것 같아. 숨이 막혀 오는 듯한 기분, 물이 내 턱 끝까지 차올라서 잘못하다간 정말로 내가 죽어버릴 것 같아.
아아, 그때랑 나는 똑같이 간절해.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 있어. 근데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달라. 정말로 또 다른 내 자신이, 내 또 다른 자아가 내 정신을 지배해서 이 육체를 끌고 몸을 던져버리게 될 것만 같아서 너무 두렵고 겁이 나.
맞아, 가끔씩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그런 때에 정말로 내가,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죽어버리게 될까봐. 너무 무서워. 하지만, 내가 먼저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건 어째서인지 할 수가 없어. 거절 당할까 두렵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나도 모르겠지만 몸이 선뜻 따라주질 않는 기분이야.
맞아, 그 손을 뿌리치고 달아난 건 나였고, 즉, 그 손을 먼저 놓은 건 나였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거 알고 있지만, 그 반대의 일을 하는, 이 당연한 것을 하는 논리가 내게는 세워지지 않아. 거짓말이나 과장하는 게 아니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어. 슬픔이라고 하기에는 무엇에 대해 슬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우울이라고 하기에는 어째서 우울한 것인지 대답할 수가 없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이 구조 요청이었을 수도 있다는 건, 웃기지도 않는 말로 느껴져.
입으로 말할 힘이 내게는 더 이상, 사실, 남지 않았거든.
아, 그나저나, 어젯밤에는 후회했어.
자신의 아픔을 보이게 만들었던 일을 후회했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바람에 실제로 그 고통이 통점으로 고스란히 나타났거든.
나는 너무 따갑고 쓰라려서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어.
너무 아파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 자업자득이라곤 해도 그러고 있는 찰나의 순간에 나는 자신이 또다시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고, 과연 자신이 이 정도로 아픈 것이 맞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아니, 사실은 처절했어. 자신이 하염없이 처참해 보였어. 꼴 사나워 보였어. 결국, 자신은 이럴 용기조차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 자신이 너무나도 뻔해 보이고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이런 것조차 생각하지도 느끼지도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그런, 또 다른 오만함으로 나타나서 내 가슴이 저릿해지는 기분이 들어.
2022.02.16~202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