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모든 것에 내 눈이 반짝이던.
때로 어떤 일은, 확신이 들기도 전에
직감이 처리해버리고는 한다.
나는 다시 스물일곱으로 돌아갔다.
한번 더 모로코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곳에 처음 도착한 지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8월에 도착한 모로코.
10월 초, 나는 다시 한번 이곳을 위한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나 12월 , 점점 기회가 손에 들어오게 되면서,
해가 끝나갈 때 즈음. 나는 마침내 다시 올 수 있게 됐다.
선택할 당시는 한창 수업 준비에 아등바등 허덕이고,
이제 막 일상을 만들어가던 때였는데.
어떻게 나는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아마, 무의식의 내가 모로코에 마음을 줘버렸기
때문인 듯하다.
사람에 지쳐 몸과 마음이 상해있던 지난날의 나를,
사람 덕분에 행복하게 만들어 준 이곳.
지난날의 나를 치료해 주는 것만 같았거든.
움츠러들지 말고, 겁먹지 말고
너의 마음을 드러내도 다치지 않는 세상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거든.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만큼은 마주하며 지냈다.
표면에 따라 색을 바꿔버리는 카멜레온처럼,
나의 삶과 성격을 바꿨다.
언어가 안 되어도 조심스럽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지냈다.
주문을 할 때에도 내가 먼저 안부를 묻는 다정함,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스몰토크에 기꺼이 참여하는 열정,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와 웃음,
늘 집을 나서기 전에 챙겨 두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여유
같은 것들을 품에 지니며 말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늘 만들어 보고 싶었던 하루.
어쩌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기꺼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
머릿속에서나 해 보던 상상을 이곳에서는 일상처럼 하고 있으니.
손에 쥐어도 자꾸만 새어나가는 모래 같았던 것들을,
이곳에서는 꾸준히 쥐어가며 나의 ‘일상’으로 만들었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바로 ‘환경’의 중요성이다.
이때 내가 말하는 환경은
인프라나 위생 같은 선진화된 것들이 아니다.
내 안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내게는 그게 해외에서의 삶,
그리고 가깝지 않은 사람 사이에도 느껴지는 다정함 같은 것들.
내게 맞는 환경으로 뛰어들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행복감.
적응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된다.
준비물은 바로, 용기다.
이것을 잡았을 때 잃는 것을 감수할 용기와,
컴포트 존에서 벗어날 용기.
불면증과 싸우며 얻은 이 용기가,
결국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확신했다.
아, 나는 내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그러면 나는 내가 더 행복해지는 환경에 나를 계속 두어야겠구나.
환경이 나를 바꾸는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니,
이제는 내가 환경을 바꾼다.
모로코를 떠올리면, 펼쳐지는 수많은 행복했던 기억들.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덕분에 내면에도 참 짙게 모로코의 향수가 배어버렸다.
언제 이 잔향이 없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나는 영원히 스물일곱이다.
카메라에 남은 ‘첫’ 모로코의 잔향들.
갓 잡은 생선을 손에 쥐듯,
이곳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내게 신선했던 그때.
그리고 그때의 시선.
나의 도시,
<카사블랑카>
*과일들의 향연.
*사람을 무서워하기보다는 챙김 받는 것에 익숙한 고양이들.
*평행세계인 것처럼, 종로 3가를 연상케 하는 시장 바닥.
*어느새 나의 주식이 되어버린 이곳의 주식. ‘므슴믄.’
*수업 수혜자였던 ‘하자르’. 귀국 전, 그녀의 집에 초대받은 날.
*열심히 배워나간 그들의 언어들.
사비로 학원을 다니며 배웠던 ‘불어’와, 또래 선생님에게 배운 ‘모로코 아랍어(데리자)’.
*데리자 선생님과 함께 만든 므슴믄
다음은 여행으로 만난 도시들,
<엘 자디다>
모로칸 모두가 바다로 다이브를 즐기는 이 도시.
인드라이브로 우연히 만났던 무슈가, made our day를 해준 날.
아이들이 참 활발하고, 깔라마리가 정말 맛있는 엘 자디다.
<에사우이라>
유럽인이 반. 그중에서도 프랑스인이 참 많았던.
윤슬이 예쁘고 노을이 정말 예쁜 도시.
밤이 되면 하늘을 수놓던 별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마라케시>
모로코 대표 관광 도시, 마라케시.
늘 붐비는 메디나, 제마 알프나 광장과, 생각을 정리할 때 종종 오곤 했던 코우토우비아 모스크.
두 번째 모로코를 이곳에서 시작했지.
<셰프샤우옌>
모든 게 파란 스머프들의 도시, 정말 모든 게 푸르렀어.
하지만 내게 더 기억에 남은 건 이곳으로 오는 길에 본 *양치기 마담과 그 뒤의 *풍경.
*
<사하라 사막>
언니와 함께한 생애 첫 사막.
낙타를 타고 사막의 베이스캠프까지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하룻밤을 사하라에서.
언니와 잊지 못할 추억.
<페즈>
가죽 염색 공장 테너리와, 고요히 자리를 지켜주는 페즈의 전경을 보았던.
<탐라트>
내가 애정하는 도시.
정말 평온하고 시골 같아서, 내 안식처가 되어준 도시.
늘 나의 노을 스팟이 되어줄 탐라트의 타이어 존.
그리고 특별한 사연이 있는 저 돌덩이 의자.
<타가주트>
서핑을 즐기러 온 유럽인들이 많은 도시.
역시나 내가 참 좋아하는 도시.
사계해변이 생각나던 타가주트의 해변.
<아가디르>
여유를 알려준 도시.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내려갈 때면 왠지 모르게 교토가 생각나던.
<탕헤르>
큰 감동을 준 도시.
그리고 변치 않을, 내가 정말 사랑하는 도시 탕헤르.
<라바트>
왼쪽의 타워가 라바트 타워.
먼 훗날 저 타워 주변이 다 빌딩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던,
지난 에피소드의 그 아저씨.
아직 내 방에는 아저씨들의 작품들이 가득해요.
<살레>
트램이 있는 라바트.
카사블랑카와 라바트에만 트램이 있다.
이 날은, 트램을 타고 옆의 살레로.
신발을 벗고 해변을 거닐고,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혼자 보낸 하루.
데이터를 다 써버려서, 길을 헤매어 가며 다시 라바트로 돌아왔던
어드벤쳐한 기억이 가득한 도시, 살레.
하나하나 풀어보자면, 참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던 날들.
그리고, 다시.
내가 못 잊을 도시, 카사블랑카.
내게 평온을 안겨준 곳.
사색존과, 이 집 속에서 바라보던 카사블랑카는
이제는 갈 수 없지만 계속 내 마음에 남아있을 거야.
*추후 에피소드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