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마비 유기견이 안락사를 피한 날
소강이는 나이조차 알 수 없는 유기견이었습니다.
박스에 담겨 주민센터 앞에 버려졌어요. 어떤 물리적인 충격에 척추 요추가 부러졌고 그대로 방치되어 뒷다리가 마비된 채였습니다.
이렇게 발견되어 지역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가면 보호소 홈페이지에 공고가 뜨고 열흘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열흘간 데려가 주는 이가 없으면 안락사 수순을 밟게 되죠.
한 온라인 유기견 카페가 있었습니다. 이 유기견 카페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시간을 내어 안락사를 앞둔 유기견을 힘이 닿는 만큼 구조하고 있었습니다. 구조한 후 회원 중 누군가 임보(입양 전 임시 보호)를 하고 때가 되면 좋은 가정을 찾아 입양을 보냅니다. 입양자는 대부분 회원으로 남아서 또 다른 유기견을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데 힘을 보태죠.
공고에 올라온 이 작은 강아지를 보고 카페 구조팀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구조 후 만만찮은 병원비가 예상될 뿐만 아니라 장애견의 입양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보호소에 방문해 실물을 본 후 구조팀의 고민은 더 깊어졌습니다. 악조건에도 삶의 의지가 가득한 이 강아지를 포기하기가 어려웠죠. 고민이 길어진 결과 안락사 당일 새벽에 겨우 보호소 문을 두드려 데리고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소강이는 극적으로 제2 견생을 살게 되었죠.
소강이의 극적인 구조이야기는 카페 소속 랜선 이모삼촌들의 열화 같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첫 병원 진단 후 소강이는 ‘돈떵어리’란 공공연한 닉네임을 얻었어요. 치료 과정은 길고 비쌀 예정이었죠. 그러나 구조 당시 꾀죄죄한 모습 속에 숨겨진 미모를 간파한 랜선 이모들에게 아이돌급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몰래 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우연찮게 소강이의 전 주인이 특정됐다. 어느 날 밤 부부싸움을 크게 하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아지의 비명이 울렸다. 얼마 후 주민센터 앞에 버려진 강아지를 알아본 동네 주민이 구조팀에게 전해 준 이야기다. 그들은 우리가 자기들을 아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