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천천히 함께 가보자
수필반 강의를 마치며
요즘 유튜브에 흔한 주제가
사기꾼에 대한 거다.
연일 수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사기꾼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조심하라는 위험신호등 같다.
사기꾼에 대해 한결같은 공통점은
친절이 넘치고 배려심이 많고
세상 사람 좋은 인상을 하고
우리에게 늘 미소 띤 얼굴로 다가온단다.
이게 사기꾼의 접근법이란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마음속에서
반감도 함께 올라온다.
세상엔 배려심 많고, 친절이 몸에 밴
태생부터 심성이 고운 사람도 많치 않은가.
길을 가다 목적지를 헤매이다 누군가에게 물으면 검색을 해서 찾아주거나
마침 가는 길이라고 따라오라며
길 안내를 자처하는
선량한 시민도 많치 않은가!
알고 보면 사기꾼이 문제가 아니다.
이 사람은 사기꾼이 절대 아냐라고
믿고 있는 나.
그를 믿는 나 자신을 확신해서다.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남만큼 잘살고프고
아니 남보다 수익을 더 얻고 싶은
허황된 내 욕심 때문이다.
사실 알고보면 알면서 당하는 거다.
닥치면 사나운 운수 탓을 하거나
내 욕심이 아닌 사기꾼을 탓하는 게 인간지사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예전처럼 사람들에게 친절하기도 조심스럽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경계하게 된다.
밥 한 끼 사고 싶고 ,
사준다고 하면 함께 먹고 싶어도
왜?라는 의심이 앞서기에
조심스럽고 몸을 사리게 되기에
다가가기 주저하게 만든다.
지난주에 수필 강사님이 회원끼리
서로 밥도 사고 화기애애하게
잘 지내라고 하신 말씀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의심투성이에
냉담하게 되어감이 끔찍할 정도다.
그리 살아오지 않던 우리의 생각까지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
어릴 때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살뜰한 보살핌과 훈육으로 자랐기에
세상의 모든 노인분들에 대한
연민과 정으로 장착된 나는
그분들을 대하면 모두
우리 할머니처럼 여겨진다.
언제 어디서나 무장해제 되고 만다.
그리하여 아쿠아 스포츠 센터에는
할머니 친구도 많다. 알밤 줍기 같은 당일치기 여행도 함께 다녀올 정도였다.
내가 8월부터 이곳에서
수필강의를 듣는다 하니
다니던 합창반에 78세 어르신이
"난 노인네들 있는데 싫어"
라고 가지 말라고 잡으셨다.
난 편견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경험에서 온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산다.
좋게 볼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프다.
가수 양희은의 "그럴 수도 있어"란
말을 되뇐다.
세상에 80억의 인간이 있으면
80억 개의 인생관이 있을 테니까.
수필반에 오니 모두 다양한 색깔과 경험과 문체로 별처럼 존재감을 반짝이신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처럼 순수해진다 하지 않던가.
모든 허례허식과 권위를 내려놓고 삶의 엑기스만 남은 글을 보여 주시는 분.
경험도 파란도 많았던 삶으로 그린 서화가 연상되는 글을 보여주시는 분
삶의 마무리 단계임에도
내일의 계획을 잡고
자신만의 나침반을 만들라고
용기를 주는 글을 쓰시는 분.
세상에 대한 찬란한 축사같은
시같은 글로 빛나시는 분
정돈된 삶과 인생사가 연상되는 심플 그 자체인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시는 분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극적으로 담아
짧고 암펙트 있는 글로
재미와 기대감을 안겨주시는 분.
신실한 신앙생활과 삶의 내공을
곱게 빚어 향기 나는 글을 쓰시는 분.
오랜 독서와 글쓰기의 내공으로
누에가 실을 자아내듯 세상의 모든 단어가 담긴 현란한 문장의 글솜씨를 뽐내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모두 개성 넘치는 글쓰기 스승님이다. 모두가 멋진 수필가시다.
영광스럽게 두 번의 도전만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된 나도
내 글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다.
쓰고 발행하고 나서도 여러 번 고쳐 쓴다.
고쳐 쓴 게 이 정도다.
해는 지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조급하지 않으려 한다.
나만의 페이스로 공전과 자전을 하며
꾸준히 나아가려 한다.
우선 100편을 목표 삼아 써보고 있다.
1000편까지 써보면 지금보다 나아지려나 기대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가끔 내가 쓴 글에
감동을 먹기도(?)하고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하고
눈물이 또르르 흐르기도 한다.
솔직하게 내 마음을
다 내보여서 쓸 때다.
채하거나 척하지 않는 글.
진짜 나를 보여주려 한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6개월 동안 많은 글을 썼지만
단 한편이라도 제대로 된 글이 있을까?
다행히도 딱 한편이 있다.
"사랑을 남기고 이별을 보냈다"
이 글이 남았다.
아니 건졌다.
엄마 묘지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감사함과 사랑을 바치는 글 하나만 남았다.
한 편이라도 건진 게 어딘가!
토닥토닥 내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알면 되었지
이제라도 철들었으면 되었지.
글을 쓰며 다듬으며 눈물이 흐른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마침표인가!
진심의 사죄와 화해와 용서인가!
이렇게 글을 쓴 것은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우리 수필반 문우들과 지도 강사님 덕분이다.
우리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거였다.
글을 쓰면서 행복했고 힘들었고 감동했고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함께 가는 길이었기에 중단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이어졌던 거 같다.
저 하늘에 달은 혼자서 멋진 모습으로 밤하늘을 독불장군처럼 떠 있있지만
달빛 옆에 수많은 별들은
서로가 조도를 다투지 않고
각자의 거리에서 꾸준히 자전과 공존을 멈추지 않고 빛나고 있다.
나도 저 별처럼 나의 빛을 유지하며 별들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