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귀한 집 딸"
귀에 대고 속삭이고 있었지만
네다섯 발자국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그 두 사람의 대화
"그렇게나 돈이 없대? 왜?
그 집 아버지는 뭘 하길래,
얼마 하지도 않는 등록금을 아직도 못 낸데?"
다음날 아침 밥상, 막내인 나는
칠판에 등록금 안 낸 사람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며 울며 불며
떼를 부려서 일단 제일 먼저 내준 등록금,
오빠는 논리적으로 부모님께 설명하여,
다음날 급히 빌려온 돈으로
두 번째로 내준 등록금
너무 일찍 철이 든
그리고 집안 사정을 너무
잘 아는 속이 너무도 깊었던
착하디 착한 울 언니는
며칠뒤 아침 밥상에서
아무 말 못 하고 그 큰 눈에서
알사탕만 한 눈물방울들이
콩나물국위로
소나기...
매번 등록금철이 되면
칠판에 노란색분필로 우리 이름 세 글자가...
없는 집 딸이 되어버린 나와 언니는
없는 집 딸이 아니라
귀한 집 딸이었는데...
귀한 집 딸들의 등록금을 제때
못주어서 가슴 미어지시던
착하디 착한 울 귀한 엄마의
귀하디 귀한 딸들
부잣집 만석꾼 양반가의
귀한 집 외동딸 우리 엄마의
귀하디 귀한 딸들
없는 집 딸은 어디에도 없으니
이 세상 어디에도....
**이미지: Pexel,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