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나 홀로 여행길
처음부터 혼자였었더라면
처음부터 그리 다정하게
살뜰하게 챙겨주지 않았더라면
갑자기 혼자가 되어
혼자임이 너무 슬퍼지지 않게…
차라리 처음부터 겁쟁이여서
시작조차 안 하였더라면
그저 혼자가 당연한 줄 알았더라면
외톨이라 슬퍼하지도
외로움에 공허하지도 않게…
텅 빈 거리를 혼자 걷는 것이
서걱서걱한 쓸쓸함이 아닌
혼자만의 사색임을 배웠더라면
차라리 함께함이 무언지 몰랐었더라면
혼자라서 불안하지 않게…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을 때
이정표가 되어주지 않았더라면
혼자서도 잘 찾아갈 수 있게
혼자 왔다 혼자 떠나가는 게
인생이란 여행임을 일찍 깨우쳤다면
혼자라는 게 당연하게…
외톨이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 계획한
인생의 나 홀로 여행자로
더 자유롭게 더 여유롭게
매일 뜨고 지는 해님 달님에 감동하고
눈, 코, 귀, 입, 팔, 다리, 그리고
온몸을 자유롭게 누림을 감사하며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아프지 않게
보고, 듣고, 숨 쉬며
남은 여행을 잘 감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