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만날텐데 뭘, 진심이야”
짹각 짹각 쉬지 않고 움직이는 초침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처방전들
큰 라디오소리에 스며들며
돌림노래처럼 이어 울리는 전화벨
문득문득 바쁘게 일하다 본 시계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듯 훌쩍 몇 시간 뒤
나는 누구 나는 지금 어디
그런 하루하루가 경주하더니
아침저녁 잠깐만 스쳤던 계절과 함께
올 한 해도 곧 과거의 한때로 지나치려 하고...
뭐가 그리 조급한 건지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 나를 밀어부치는 짹각 짹각
그래도 시간이 빨리 가길 기다리는 가끔,
일이 끝나는 시간
여행을 고대하는 시간
힘들고 아픈 때가 촌각이길 바라는 시간
보고 싶은 이를 못보는 시간
맛있는 음식을 시켜놓은 배고픈 기다림
뭐 굳이 같이 갈 것까진 없으니
혼자 먼저가도 돼
나는 정말 혼자라도 괜찮아
이제 나도 어른이잖아
다 덕분이야 진심이야
호의는 정말 고마워
지금까지로도 충분하고 말고
50년도 넘게 함께 했으니
아니야 권태기라니 무슨 말이야
가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것 뿐
싫어 지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우리 같이 쌓아온 정이 있는데
혼자 생각도 할 겸
이것저것 정리도 할 겸
잠시 그냥 떨어져 있자는 것뿐이야
결국 다시 만날 건데 뭘
그냥 난 내가 알아서 갈게
정말 먼저 가도 돼
진심이야 빈말은 무슨
그래 충분히 그 마음은 잘 알지
나중에 만나면 자세히 얘기해 우리
내가 필요하면 연락할게
어 기다리지 않아도 돼
그래 정말 고마워
나 두고 먼저 가도 돼 이제
부탁이야…
**이미지: Pexel,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