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젊음보다 좋은 것은 없다. 젊음은 예민해서 뭐든 빨리 받아들인다. 좋은지 싫은지, 미운지 고운지를 머리보다 가슴으로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을 더 솔직히, 더 빨리 드러낼 수 있다. 부끄러워하는 젊은이의 얼굴은 보기 좋을 만큼 아름답다. 가식이 덜 하고 아직은 순수하기에 더 사랑스럽다.
젊음은 탄력이 넘쳐서 뭐든 순식간에 제 자리로 복원시킨다. 곧 쓰러질 듯 뛰고 난 다음에도 툭툭 털고 일어선다. 젊은 피부는 아무리 힘껏 잡아당겨도 재빨리 원 상태로 돌아간다. 그래서 젊음은 생생하다.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뭐든 걸러서 들으려 한다면 벌써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젊음은 거칠지만 두려움 모르는 박력이 있어서 좋다. 부딪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젊음은 화수분 같은 미래가 있어서 좋다. 시퍼렇게 꿈틀거리는 저장된 미래가 젊음의 밑천이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훈풍에 종달새 소리만 들어도 가슴 벅찰 때가 있었다. 억새꽃 날리던 어느 가을날, 맑은 하늘이 오히려 더 슬퍼 보이던 때도 있었다.
허나,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걸 나는 어제서야 깨달았다. 난지도 하늘공원, 키를 덮는 억새 숲속을 거닐면서도 가슴이 아리지 않았다. ‘어허. 참 좋다.’ 그뿐이었다. 날카롭던 감성은 흐르는 세월에 닳아 무뎌질대로 무뎌져 이제 더 이상 가을도 타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