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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민자의 일기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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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리미숙 Dec 13. 2024

위층 아즈매

타국에서 피어난 음식 냄새 속의 문화 충돌과 화해

미국 아파트 생활할 때다. 우리는 1층에서 살았고 옆집엔 인도 사람, 유럽 사람, 미국 백인, 2층엔 바로 위층 흑인 여자, 중국 사람, 아랍 사람 등등 여러 다문화 가정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인터내셔널 아파트였다.

한겨울보다 한여름에 모든 문을 열어놓을 수 있어 그나마 그리운 한국 음식을 주로 많이 해 먹는다. 각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로 그 나라만의 향신료나 냄새는 다 있다. 웬만하면 빵으로, 간단히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고 냄새 없는 음식을 주로 먹지만, 주말엔 대체로 가족 중심이다 보니 전통 한식으로 식단을 바꿔가며 해먹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먹던 고향의 맛을 지울 수 없기에 특별한 날을 잡는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나 탈 없이 지내오던 어느 날, 2층에 새로 이사 온 흑인 여사님께서 거실 천장을 향하여 무언가 마구 내리 던지고 두드리는 요란한 이상한 행동이 있었다.

집수리하는 줄 알았고 그날따라 친정어머님이 오셔서 신경 써 드린다고 고등어조림에 된장찌개, 감자볶음, 잡채, 물김치, 가지볶음, 불고기 등으로 식단을 꾸리고 있을 때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분주히 냄새 강한 고등어조림과 된장찌개는 뒤 베란다로 숨기고 순한 반찬 위주로 보이게 놔뒀다.

그때 위층 여인이 문을 확 밀어 제치고 들어와 갑자기 검열 나온 듯 쑥 들어와 부엌 쪽으로 가서 냄새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냉장고를 열어보란다.

왜 그러냐고, 이게 뭐 하는 무례함이냐며 어필할 때 그녀가 맡았던 고등어조림 냄새와 된장찌개가 없는 것에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생각하다 뒷걸음으로 서서히 물러설 때, 우리나라는 보통 이렇게 식단을 꾸미는데 일부러 보여주며 너도 한번 같이 먹지 않겠냐는 말을 건넸다.

순간 냉장고도 열어 보여주면서 야채는 똑같으니 할 말 없는 듯 멋쩍게 우물쭈물하더니 미안하다고 말하며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해둬야 할 것 같아 강하게 항의하며 여긴 인터내셔널 아파트고 뭘 먹든 상관없는데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참견하냐며 인종차별로 강하게 어필했다.

우리 집에 오기 전 관리사무실에 가서 불만제기를 하고 온 듯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실에서는 우리 가족과 유대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너무 좋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 여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온 것 같았다.

타국의 서글픔이 몰려왔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2층 그녀 집으로 찾아가 문을 강하게 쾅쾅 똑같이 두드리면서 "당신은 대체 무엇 먹고살고 있냐?" 묻고 식탁을 바라보니 햄버거 세트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밥 안 먹고 물만 먹고 사느냐며, 왜 나에게만 그러냐고 따졌다. 중국, 인도 음식도 냄새가 강하고 너한테도 조금은 냄새난다며 큰 소리로 오고 갔다.

그때 그녀가 무척 황당하고 당황한 듯이 화가 난 내 모습을 보고 되레 진정하라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순간 그녀 집 부엌을 보니 너무 깨끗하고 아무것도 안 만들어 먹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슬며시 사과받은 정도로 끝을 맺었고, 다시 내려와 진정을 시킨 후 관리실로 가서 "이런 여인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갔다"라고 항의하니 사무실 직원이 미안하다며 여긴 인터내셔널 아파트라 그런 규정이 없음을 말하며 괜찮으니, 아무거나 해 먹어도 된다며 다시 한번 그러면 그녀를 내보내겠다는 약속을 해줬다.

오후에 작은 접시에 감자볶음, 잡채, 물김치, 불고기 등을 조금씩 담아서 그녀 집을 다시 두드렸다. 그때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맞아주었다.

내가 들고 간 반찬을 주면서 먹어보라고 했고, 싫으면 버려도 된다고 했다. "우린 대충 이런 반찬 위주로 먹는다"라고 설명하니 먹어보겠다며 받아줬다.

그렇게 요란한 한 끼를 넘기고 다음 날 오전에 그녀가 빈 그릇을 들고 와서 잘 먹었다며 너무 괜찮았다고 웃으며 말한다.

글쎄, 안 먹고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없었고, 그 후 대충 맛있는 냄새가 올라가면 좀 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어제 맛있는 냄새가 나서 배가 고팠다"라는 농담을 하면서.

좀 더 친밀감 있게 지내볼 걸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듯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타국에서 그리운 음식 때문에 서글픈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웬만해선 다 해 먹은 것 같다. 하물며 청국장찌개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너무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참아줘서 감사했습니다…" 그 후 얼마 있다 그녀는 말없이 이사를 하고 없었다. 앞집 인도 여인에게 물어봤다. 우리 음식 냄새가 이상하냐고... 고개를 저으며 "아무렇지 않다, 괜찮다"라고 말해주었다.

도리어 강한 인도 향이 불만을 말할 수 없겠지만, 이런 에피소드로, 승리자로 살았다. 빵만 먹고 살 수 있나요~? 한국인의 저력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나만 이런 일이 있었겠냐고요? 다른 분께 말해도 다 웃으며 하시는 말, "한 번쯤 겪어본 일"이라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많이 조심하고 자제하며 노력하며 지냈습니다. 오랜 시간 후 한국 음식보다 이제는 미국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입맛이 바뀌어 가고 있었답니다. 미국 사람 다 됐다고들 하네요 ^^. 참… 미국 생활 쉽지 않았습니다. 삶의 경험으로 이뤄낸 값진 터득이었고,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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