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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숙 Dec 17. 2024

바베큐 구이

타향에서 만난 고향의 맛

이민 와서 처음으로 한국 마켓을 찾아가 장 보기를 할 때다. 요즘은 세계 어딜 가도 한국 대형 마켓이 있지만 2000년 전 그때는 아주 조그만 사골 구멍가게 정도로 한국식품 재료가 갖춰져 있었다. 아쉬운 대로 웬만한 것은 다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종류는 다양했다. 


먼 타국에 우리나라 식품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신기했다. 한국에서 살며 먹었던 입맛이 갑자기 변할 수 없는 상황이니 처음에는 간절했었다. 물론 미국 마켓에서도 비슷한 것이 있었지만 그냥 고향 맛에 젖어 찾게 되는 그리운 맛처럼 매주 장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들어온 LA갈비는 최애 단골 메뉴로서 한국 마켓 안에서만 직접 썰어 팔았던 한인들 사이에서 인기 품목 중 하나였다. 자주 사서 바비큐 해 먹는 즐거움이 행복했다. 먼저 가격이나 신선도에서 서울에서 먹던 것에 비해 그때는 정말 현지에서 사는 LA갈비는 파격적이었고 우선 고기가 좋아 제대로 즐기며 먹을 수 있던 것이었다. 정말 온 가족이 삼겹살 먹는 것보다 더 먹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한국 음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LA갈비’입니다. LA갈비는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구하기 쉬운 갈비 부위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탄생시킨 요리입니다. 갈비를 가로로 얇게 써는 '플랭크 컷(Flanken Cut)' 방식은 미국식 정육 문화에 적응하면서도 먹기 편하도록 고안된 지혜였습니다. 처음에는 한인 마켓에서만 판매되었지만, 맛을 본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현재는 한국 바비큐(Korean BBQ)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울에선 삼겹살이 더 대세였지만 미국에선 원조 LA갈비를 주로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만의 최애 식품처럼 매 행사 때는 불고기와 갈비만 한 게 없었던 것 같았고, 미국 마켓 고기 코너에 가면 소꼬리와 뼈 등 부속 고기 같은 것은 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해서 정말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자주 해 먹었다.


이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것은 가격이 다 달라지고 비싸져서 예전만큼 사 먹기 힘들다 한다. 주말엔 거의 빠질 수 없는 가족 바비큐 파티는 일상이었기에 단골 메뉴 품목이 소갈비였던 것이다. 서울에서 자주 못 사 먹던 소갈비가 미국에선 거꾸로 채소가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다. 한인들 모임이나 행사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LA갈비 바비큐 파티는 실망시키지 않은 최고 맛이다. 물론 미국인들도 고기 위주로 식사를 하지만 LA갈비는 오직 한인들 메뉴였으나 모두 좋아해 주었다.


뼈에 붙어 있는 살을 먹기 좋게 썰어서 구워 먹는다는 것을 고안해 낸 우리만의 지혜로움이 묻어나 보였고, 주말이면 한인 마켓에는 줄 서서 대기해야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 타국 생활하면서 한국식품 이름만으로도 나름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요즘은 어딜 가도 K-문화로 모두가 널리 알려져서 한국 식품이나 음식까지도 유명해졌지만 예전엔 거의 몰랐고 한국 사람 위주였다.


불고기 또한 우리 국민만의 특급 인기 먹거리라 외국인 지인들에게도 항상 기대하게 만들었던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였다. 풍성히 많은 먹거리가 있어도 나라마다 좋아하는 종류가 달라도 불고기 또한 호불호 없이 먹어본 사람들은 다시 찾아 먹고 싶어 했다. 때로는 불고기나 양념갈비를 선물로 대신해 주기도 했을 때 무척 좋아해 주었다. 


어떨 땐 우리 가족이 미국에 살고 있음을 잊을 때도 있을 정도로 한국 음식을 주로 더 많이 해 먹었던 것 같다. 내 고향의 맛과 향기가 길들여져 있던 삶의 풍취가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여러모로 변하는 삶이어도 입맛은 사라질 수 없는 한국 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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