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면 뭐다? 바로 한강 라면!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후루룩 한 젓가락 들이키면 이것이야말로 도시의 신선놀음이 아니겠는가. 건강을 위해 라면을 자제하고 있다 할지라도 한강 라면만큼은 예외로 남겨두자. 이외에도 한강은 뭐 말해 뭐 해. 러너들의 성지! 따릉이 라이더들의 천국, 이 외에도 야외수영장, 불꽃축제, 유람선 등 각종 공연과 축제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명실상부 외국인도 즐겨 찾는, 서울을 넘어 한국의 대표 심장 되시겠다.
하지만 이걸 안 해봤다면 당신은 아직 한강을 반밖에 모르는 것이다. 두둥. 그것은 바로 한강 수영! 어렸을 적 아시아의 물개라 불리는 조오련 님이 훈련하는 것을 티브이로만 봤었던 그 한강을 직접 횡단할 수 있다. 뭐 꼭 그래야 하나?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내가 그러했다. 그래서 내가 한강수영을 했냐고? 일단은 축제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해 본다.
한강 3종 축제는 초급자 코스(수영장 수영 200m 또는 한강수영 300m, 자전거 10km, 달리기 5km)와 상급자 코스(한강수영 1km, 자전거 20km, 달리기 10km)로 나뉘어 있었다. 철인 3종 경기의 스탠다드 코스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이니 상급자 코스는 철인 3종과 스탠다드 코스와 비슷하다. 초급자 코스는 뭐 그냥 나들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평소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 기준). 눈치채셨겠지만 한강 물이 두렵다면 초급자 코스를 선택해 한강 옆 뚝섬 야외수영장에 들어가 첨벙첨벙 200m만 돌고 와도 된다.
마음 같아서는 상급자 코스를 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이 모두 수영장 코스를 선택(휴 다행) 해서 나도 수영장 코스로 선택했다. 그래 맞다. 핑계다. 하고 싶었다면 혼자라도 했었어야지만 사실 수영을 초등학교 이후에 해본 적이 없어서 애초에 한강 횡단은 무리였다. 애초에 수영장 코스도 가기 꺼려졌던 나는(씻고 정리하고 번거롭지 않은가?!) 수영 코스를 아예 제외하고 달리기와 자전거만 하려고 했으나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이 내 래시가드까지 싸 들고 와준 덕분에 안 들어갈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런 친구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난 정말 복을 받았다. 친구야 사랑한다. 고맙다.
한강 3종 축제는 대표 3 종목 말고도 다양한 체험행사를 할 수 있었다. 요가, 카누, 패들보드, 보물찾기 등등 외에도 다양한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많았다. 그중 우리는 카누를 예약해서 3종 경기 시작 전에 가볍게 몸풀기했다. 원래라면 인당 2만 원 주고 해야 하는 카누 체험인데 단돈 5천 원에 즐길 수 있었다. 한강 3종 축제 참가비는 2만 원이었는데 블랙야크 티셔츠와 완주 메달을 주고 손목 닥터 9988 포인트도 지급해 줘서 사실상 공짜에 가까웠다. 서울시 사랑합니다(다 내 세금이겠지만). 무엇보다 이런 축제를 즐기는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 아니겠는가. 서울시민이라면(한강 접근성이 괜찮다면) 필수참여 행사라 할 수 있다(내 세금 돌려받아야지).
3개 코스는 출발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 참여할 수 있었고 중간 반환점에서 참여 팔찌에 반환 확인을 받아 나중에 완주 메달로 교환하는 시스템이었다. 줄 설 필요도 없었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나 자전거는 서울 전역에 따릉이를 다 모아 놨는지 정말 많아서 이 역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누가 기획했는지 이 축제 기획자 칭찬합니다.
나와 지인들은 달리기부터 시작하였다. 5km를 뚝섬한강공원에서 동쪽으로 달려 중간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반포, 여의도에서만 달려봤지, 이쪽으로는 달려본 적이 없었는데 세상에 여기가 한강이야 양양 서핑 해변이야? 싶을 정도로 수상 레저 샵이 줄지어 있었다. 패들보드, 카누,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거 즐기려면 저 멀리 바다나 가평 등지로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한강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6월이었지만 태양은 강렬했고 뚝섬 일대는 축제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어서인지 달리기 시작부터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함께 온 지인들은 이미 쉬엄쉬엄 걷기 파와 어떻게든 달리기 파로 나뉘었고 나는 여기까지 왔으니 달려보자!라는 마음에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장렬히 달렸다. 5km야 뭐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한강을 끼고 달리는 데다 다 같이 한 유니폼을 입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으니 그 분위기에 휩쓸려 힘든 줄도 모르고 30분 정도 달려 가볍게 완주했다(라고 기억이 왜곡되었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멈췄을 텐데 함께 달리는 친구들이 있으니 든든하네.
다음 코스는 따릉이 타고 10km. 이 역시 5km 간 후 중간 반환점을 돌아오면 된다. 자전거야말로 달리기보다 훨씬 쉽지. 그냥 앉아서 페달 밟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전거 코스는 사람이 많아서 속도를 낸다기보다 쉬엄쉬엄 가야 했다. 안전제일!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으며 태양 빛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는 한강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고 있자니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감탄사만 연발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이 상태가 진정한 몰입의 상태가 아니겠는가. 황홀경에 빠졌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이미 두 달이 지난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때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마지막 대망의 수영장. 수영장 코스가 사실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말이 200m 수영이지 그냥 유수풀에 들어가서 한 바퀴 휭휭 걷다가 나오면 된다. 오랜만에 들어온 수영장 물은 시원하면서 따스했다. 물 깊이가 1m 정도로 얕아서 수영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가능했다. 옛 기억을 되살려 배영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허우적거려 보기도 했다. 수영장에 누워 둥둥 떠다니며 하늘을 바라보니 얼굴이 뜨거우면서도 또 한 번 말하기 힘든 벅차오름이 솟아올랐다. 일부러 휴가를 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서울시내 가까이에서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야외 샤워장이다. 한강수영장에는 샤워장이 실외에만 있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다. 찬물이 장렬하게 쏟아지는 샤워기 앞에서 성별 상관없이 모두가 뒤엉켜 샤워했다(수영복을 입은 채로). 살뜰히 바디워시와 샴푸까지 챙겨 온 친구가 있어 덕분에 깨끗하게 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간이 탈의실에 들어가 대충 물을 닦고 옷을 갈아입으면 끝.
수영까지 끝나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시간도 어느덧 5시 가까이 되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시간 한번 빠르다. 이동하면서 틈틈이 보물 찾기로 선물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완주 메달이 너무 예쁘다. 누가 디자인 한 건지 정말 훌륭하다. 각각 달리기, 수영, 자전거 메달 3가지를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구조였다. 친구 덕분에 수영까지 완주해서 기쁜 마음으로 메달을 받았다. 이렇게 공식 일정은 끝났고 다음날 와서 나는 따로 야외 요가도 참여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같이 참여한 친구들도 너무 만족했다고 해서 처음 가자고 말을 꺼낸 나에게 고마워했다. 뿌듯한 순간이다. 내년에도 이 멤버 리멤버 꼭 같이 참여할 것을 맹세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국내 대표 축제로 외국인들도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가 되기에도 충분하다. 오세훈 시장은 수영 횡단까지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나도 내년에는 한강횡단을 해볼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