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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정 Aug 29. 2024

트레일러닝의 이유

<트레일러닝 넌 대체 무엇인가? >

  보통 달린다 하면 사람들은 평지만 생각한다. 하지만 산이나 초원을 달리지 못할 건 뭐란 말인가. 그것이 바로 트레일러닝이다.


<트레일러닝을 하게 된 계기>

  달리기에 한참 재미를 붙일 때쯤 달리기 메이트가 트레일러닝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었다. 소셜 플랫폼에서 트레일러닝 모집 글을 본 적 있으나 그냥 광고처럼 지나친 기억이 났다. 그냥 평지를 달리는 것도 숨차고 힘든데,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만으로 힘든데, 그걸 동시에 한다고? 나의 인생과는 무관한 활동이었다. 아무리 내가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도 제한선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마치 달리기를 하더라도 풀코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내가 트레일러닝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친구의 제안에 '언젠가 같이 해보자'라는 기약 없는 말만 남긴 체 내 기억에서 트레일러닝은 다시 멀어져 갔다.


  인스타를 하는 것이 내 인생에 유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반대의 두 생각이 대립한다. 유익 여부를 떠나서 카톡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쓰는 앱임은 확실하다. 밤에 자기 위해 누웠으면 눈을 감아야 하는데 내 눈은 어김없이 휴대폰 화면으로 향한다. 하염없이 엄지 운동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보면 생각지 못한 정보들이 튀어나와 흐뭇하다. 이 랜덤성은 언제 재밌는 정보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크롤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도파민 디톡스가 시급하다. 운동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에서 해방되기 때문일지도.


  어느 날 밤 인스타 알고리즘은 나를 트레일러닝 원데이 클래스로 이끌었다. 블랙야크라는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인데 하루 5시간짜리 5만 원이란 금액을 내야 한다. 뭐든 처음 입문하려면 돈을 내고 배우는 게 정도 아니겠는가.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달리기 메이트에게 DM을 보내놓는다. 운동이든 뭐든 같이 할 친구가 있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렇게 트레일러닝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또 한 번 내 특기인 무작정 저지르기 스킬을 시전 했다.


<트레일러닝 왜 하는가? 무릎에 무리는 없을까?>

  트레일러닝을 시도할 생각을 안 했던 이유는 전용신발(트레일러닝화)과 트레일러닝조끼 등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활동을 얼마나 지속할지 알 수 없는데 거금을 들여서 사기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변에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모임 동호회도 달리기나 등산에 비해서는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다. 원데이클래스는 신발도 그냥 러닝화도 괜찮다고 쓰여있었고 조끼 없이 가벼운 배낭을 가져와도 된다고 안내되어 있어 망설임 없이 신청할 수 있었다.


  원데이 클래스 당일 하필이면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하지만 비가 와도 진행한다는 말에 저 멀리 구파발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블랙야크 북한산점으로 향했다. 강사님이 1시간가량 이론 설명을 해주셨고 이후 4시간은 7.7km의 북한산 코스를 달리며 실습하는 시간이었다. 꽤 긴 시간처럼 보이나 달리다 쉬다를 반복하며 중간에 간식을 먹기도 하니 진행 시간은 루즈하지 않게 흘러갔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달려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산을 달리니 비로소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일단 등산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지 않으니 몸이 가볍다. 트레일러닝화 또한 등산화보다 훨씬 가볍다 보니 움직임이 자유롭다. 경사가 높은 오르막은 달리진 않고 빠른 걸음으로 가더라.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내리막은 솔직히 초보가 달려서 내려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리 근육이 탄탄하게 잡혀있지 않는 이상 무릎에 부하는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무릎 보호대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심한 내리막은 천천히 가는 게 무릎 건강을 위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끝나고 무릎 통증으로 며칠간 쉬었어야 했다. 달리기 자세가 안 좋은 건지 나중에 교정받아 보고 싶다.

  무릎 부상의 위험이 있음에도 트레일러닝은 매력적이다. 신체 부상이야 어떤 운동이든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로 무리하면 찾아오기 마련이다. 트레일러닝은 결국 산을 달리는 것인데 산이라고 해서 꼭 경사가 높은 산을 가진 않는다. 보통 서울에서 가장 많이들 가는 코스는 아차산-용마산, 남산 코스이다. 그리고 주로 등산로보다는 둘레길을 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도 많다. 둘레길을 살방살방 가는 것도 좋지만 가볍게 달리니 심박수와 호흡이 기분 좋게 올라가며 들뜬상태가 된다. 아스팔트 길이 아닌 부드러운 흙길을 디디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숨 쉴 때 코로 들어오는 공기도 상쾌하다. 도시 한복판 공원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이 상쾌함. 아 이 맛에 트레일러닝 트레일러닝 하는 거구나.

<그래서 트레일러닝 장비 사? 말아?>

  집에 오자마자 트레일러닝화와 조끼를 폭풍 검색했다. 살로몬이라는 브랜드가 좋다고 한다. 또 한 번에 지르고 싶은 충동이 마구 밀려온다. 하지만 충동구매는 금물. 일단 1주일간 무릎 상태를 보고 사기로 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찾아보니 트레일러닝을 정기적으로 배울 수 있는 클래스와 전용 동호회도 있었다. 일단 인스타 팔로잉을 해놓고 지켜보기로 하자. 트레일러닝 아니어도 할 것은 많지 않은가. 비싼 장비부터 살 생각 말고 일단 내 몸을 무장시켜야 한다. 무릎에 주변 받쳐주는 근육이 없으면 부상이 쉽게 온다고들 하지 않는가. 헬스장을 등록하고 일반 평지 러닝에 질릴 때쯤 다시 도전하자. 트레일러닝. 조금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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