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드라망 Aug 14. 2024

"근데, 책이라는 거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거야?"

완독에 대한 생각

야야 들어봐, 내가 요즘에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이라는 거 말이야,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거야? 아니, 너무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읽다 보면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기도 하고 말이야.


주변에서 '프로 독서러'로 알려진 내가 지인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자, 이 질문에 답하기 앞서 나부터 소개한다.

안타깝지만, 나는 '프로 독서러'는 아니다. 그저 책을 한 달에 2권씩 읽다 보니(요즘은 1권도 겨우 읽는다) 그게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이제는 오전 직장인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체내에 강박적으로 수혈하듯,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었을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프로 독서러 맞는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내가 얼마나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에게 책이란 그저 종이에 죽어있는 파리쯤으로 보였고, 초등학교 독후감 숙제 분량을 채우기 위한 지적 고문기술이었으며, 게임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엄마의 강경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히 고등학생, 아니 20대 초반까지 내 인생에 책이라는 건 없었다. 왜냐고? 그 마음의 본질을 되돌아보면 책이라는 건 꼭 '완독해야 하는 것'이라는 강박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탓 같다.


이랬던 내가 20대 중반부터 1년에 최소 50권, 많을 때는 거의 100권까지 책을 달고 살게 되었다. 이게 가능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기'때문이다. 책을 읽는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면 누구나 할 수 있겠다고? 빙고! 당신은 천재다. 나의 핵심은 바로 그거다.


자, 어릴 적 책을 싫어하는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봤을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팥쥐'를 예로 들어보자.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콩쥐는 새어머니와 딸 팥쥐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콩쥐는 계모의 괴롭힘을 받으며 바람 잘 날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마을 원님의 잔치에 초대받은 계모와 팥쥐가 콩쥐는 참석하지 못하게 하려고 못된 수를 쓴다. (책 덮는 소리)


왜 갑자기 책을 덮냐고? 꼭 권선징악을 봐야겠다고?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보시길 바란다.


여기서 지루해져서 책을 덮은 당신과 나는 당연히 이야기의 결말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치고, 우리는 그대로 책장으로 걸어가서 뇌과학과 관련된 심리학 저서를 뽑아 든다.

이유는 없다. 그냥 제목이 흥미로워 보여서 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한 구절이 눈에 띈다.

마치 이것은 콩쥐를 도와준 두꺼비의 마음과 같은 격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콩쥐팥쥐에 두꺼비? 우리는 콩쥐팥쥐를 끝까지 읽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잠시 책을 덮고 돌아가 저쪽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콩쥐팥쥐 책을 다시 집어든다. 읽다 보니 두꺼비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것을 도와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로써 우리는 두꺼비의 마음이 '희생', '사랑', '배려' 등임을 유추해 낸다.


위의 사례는 내가 이해를 돕기 위해 지어낸 예시이지만, 실제로 독서를 하다 보면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즉,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 때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다.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때문)

2.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되며 문학적 궁금증이 생긴다. (완독보다는 책을 읽는 그 순간에 초점을 두기 때문)


실제로 내 주변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완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시작조차 못하곤 한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읽다가 재미없으면 과감하게 덮어! 그리고 재밌는 책을 또 찾으러 가.

책을 읽고자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이다. 흥미가 있어야 자발적으로 할 수 있고,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으시길.


작가의 이전글 1% 부족할 때, 책과 미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