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e Gardner Aug 16. 2024

반반치킨도 아니고

부부간 경제권 50:50 어떤데

남편은 쓰리잡이 우습고 당연한 사람이다.


2014년 군을 나와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커리어인 경찰을 준비하며 마트 알바, 주방 보조, 마리나에서 보트 정비 파트타임 등.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일했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업과 소통하며 일한다. 지금이야 원격이 자연스럽고 나도 팀장을 달고 연차가 쌓여 대우가 좋지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월급이 1500달러를 넘기 힘들었다.


오자마자 임신도 해, 영어도 잘 못하는 내가 미국 시골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은 그것 뿐이었다.


그런데 쓰리잡이 우스운 남편은 11년간 단 한번도,

내가 쓰리잡을 하면 너도 그만큼 더 일해야지,

내가 내 직장을 통해 어마무시한 의료 보험을 부담하고 있으니 너도 그만큼 기여해야지 라는,

'너도 나만큼 해야 하는 거 아냐?' 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야 나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며 생각해 보면,

나는 사실 남편에게 그런 말들을 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루종일 애를 보는데 당신이 돈이라도 버는게 당연하지.

내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당신이 청소쯤 하는게 당연하지.

내가 친정 엄마도 말 통하는 사람도 친구도 하나 없는 곳에서 이 고생을 하는데 당신이 더 하는게 당연하지.


그러면 남편은

날 선 어투와 뾰족한 단어들에 마음이 상해 같이 씩씩대고 싸우게 되었지만

싸움이 끝나고 나면,

내 입장에서 겪어보진 않았으니 감히 이해한다 말할 순 없지만 힘들 걸 안다고

내가 그런 힒듬을 겪으면서도 자기에겐 너무나 어려운,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 감사하다 했다.


PTSD 후유증으로 스몰토크 조차 힘들어 하던 남편은

경찰 일을 하며 겪는 온갖 별천지스런 일들을 하나 둘 말해주기 시작했고,


나도 스트레스 받고 힘든 에피소드나 고민이 생기면

바로 내게 오늘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 라며 털어놨다.


그렇게 서로의 사정을 점점 알아가며 나는,

남편이 나처럼 육아를 못 할거면 돈이라도 버는 것이 당연하거나

남편이 청소쯤 하는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요즘 시작부터 모든 걸 반씩 나누는 부부들이 많다.

공평함 좋고 다 좋은데

어쩐지 놓치는 부분이 큰 것 같아 슬프다.


내가 놓쳤던 것은,

사람은 종종 내 아픔이 크게 느껴지니 '나홀로 희생'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모를 뿐, 사실은 상대도 어떤 형태로든 그만큼의 희생을 치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사실 내 짐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알기에

경제라는 부담만이라도 내게 지우지 않고 본인이 지려 한 거였는데.

나는 남편의 배려도, 그의 무게도 몰랐다.


부부간의 Give and take,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말고

사랑하는 마음에 더 주고 덜어와 주었더니

문득 나 역시 받고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의무와 규칙으로 나누는 반,

내가 반 했으니 너도 반을 해라 말고

네가 힘든 모습이 안쓰러워 나라도, 절반이라도 덜어주려 하다 보니

나의 짐도 너의 짐도 반이 되는 것


그랬더니 어느 새 모든 일은

당연하지,가 아닌 고마워가 되었고,

어려움은 녹아 없어지고 사랑만 남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