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의 날 · 농업인의 날 · 빼빼로 데이 · (그리고 가래떡의 기억)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
농악 북채가 허공을 가르던 마을 운동장, 깃발 아래 서 있던 소년인 저는 이 한 문장을 처음 배웠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자라며 씨앗을 손바닥에 올려 바람을 타게 하던 어른들의 손짓을 기억합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FTA 반대 집회에서 들었던 목소리도요. 먹을거리와 삶의 질, 시장과 공동체가 어디서 만나는지 저는 그날들 사이에서 배웠습니다.
오늘 11월 11일은 여러 기념일이 겹칩니다.
보행자의 날 — 숫자 11이 나란히 선 다리처럼 보여서
농업인의 날 — 벼 이삭이 가지런히 선 논을 닮아서
빼빼로 데이 — 얇고 긴 과자를 든 손에서 비롯되어
여기에 가래떡의 기억을 더합니다. 햇쌀로 뽑아 나눠 먹던 풍경은 한국 농업의 자존심이자 우리 밥상의 기억입니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연결됩니다. 길 위의 속도, 들판의 속도, 가게 진열대의 속도, 그리고 우리의 심장 박동수. 오늘 하루만큼은 이 네 박자가 같은 템포로 맞아떨어지길 바랍니다.
걷기는 도시의 속도를 사람의 속도로 낮추는 일.
농사는 자연의 속도를 사람의 속도로 맞추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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